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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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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작년 9월 취임 후 보수색채를 희석시켜 중도세력을 껴안겠다는 전략을 내걸었다. 자민당 일각의 ‘핵 무장론’을 뿌리쳤으며 군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1993년 고노 담화, ‘식민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했다. 아사히신문은 ‘군자표변인가?’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총리의 온건화에 보수층이 반발하고, 일부 각료의 자질 문제까지 불거져 자신에 대한 지지율이 70%에서 40%로 폭락하자 아베 총리는 식사까지 거르며 고민에 빠졌다.
▷결국 그는 올해 들어 “내 색깔을 내겠다”고 공언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를 ‘부작용 많은 극약(劇藥)’에, 자신을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한약’에 비유하며 7월 참의원 선거 승리에 대한 자신감까지 보였다. 그 연장선에서 군위안부 강제동원 부인 발언이 나왔다. 얼굴빛을 한 번 더 바꾼 것이다. 이에 자민당 내에서조차 주요 장관직을 거치지 않은 채 급부상(急浮上)한 그를 두고 “총리가 되기에는 내공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일본에선 수학교수 후지와라 마사히코가 쓴 ‘국가의 품격’이란 책이 베스트셀러다. 하지만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17명의 일본인이 북한에 납치된 문제로 온 나라가 흥분하면서 20만 명이 ‘성노예’로 끌려간 사실을 외면하는 일본의 ‘이중 잣대’를 비판했다. 심지어 아베 총리는 1990년대 보수우파 의원 모임인 ‘일본의 앞날과 역사를 생각하는 의원 모임’ 사무국장 당시 “한국에는 기생집이 있어 위안부 문제가 생활 속에 녹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사실도 드러났다. 상식과 보편성이 결여된 언설로 어떻게 국격(國格)을 높이겠나.
이동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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