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송희]대학 손발 묶고 경쟁력 강화라니

  • 입력 2007년 3월 1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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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좌파 성향 정부가 대학을 너무 통제하고, 좌파 교수가 대학 관선이사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취지의 한 교수의 발언이 화제가 됐다.

정부가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는 소홀히 하면서 대학에 대한 통제는 대학 자율성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정도로 하고 있다는 걱정이 많았다. 이런 차에 현 정부의 지나친 코드 인사를 보면서 솔직한 심정을 표현한 것이 여과 없이 전달된 것이 아닌가 한다.

BK21 평가 통해 상아탑 장악

지식정보사회에서 국가의 경쟁력은 교육으로부터 나온다. 대학의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몇 년간 한국 대학이 많은 발전을 했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교육을 논하는 사람마다 “대학은 경쟁력이 없으니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유행어처럼 얘기한다.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밀고 나가야 한다는 처방도 나온다. 이 시점에서 대학 경쟁력 강화의 걸림돌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학 경쟁력 약화의 원인과 문제점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열악한 교육재정 문제를 들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률이 평균 37%인 반면 한국은 83%다. 그러나 OECD 국가의 전체 교육예산에서 중고교 교육 예산이 차지하는 평균 비율은 25%인 반면 한국은 수년 전 11.5%에서 10.9%로 감소했다. 학생 1명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지원이 선진국의 5분의 1밖에 안 되는 상황이며 이는 국가가 고등교육을 포기해 왔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열악한 상황에서도 한국 대학은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등의 노력으로 과학기술논문색인(SCI) 게재 수를 7년 만에 세계 62위에서 12위로 끌어올렸다. 열악한 국가 지원을 고려하면 한국 대학이야말로 연구력에 있어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대학인 셈이다. 이제는 세계 11위인 국가 경제규모에 걸맞은 대학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필요하다.

둘째, 선택과 집중에 따른 재정지원 정책의 문제점이다. 그동안 교육인적자원부는 각 대학에 규모에 따라 분배하던 예산을 집중과 선택이라는 원칙을 내세우며 두뇌한국(BK)21 사업도 평가를 통해 집중 지원함으로써 막강한 힘으로 모든 대학을 장악했다. 교육부는 집중 사업의 성과를 선전하지만 지원받지 못했던 분야의 연구와 교육 수준이 심각하게 낮아진 것에 대한 언급은 없다. 대학의 기본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집중은 엘리트체육만 강조해 금메달을 하나 땄다고 그 나라 국민이 건강하리라고 오판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3不정책 등 교육부 간섭 없어야

셋째, 도를 넘은 대학 자율성 침해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의 자율성은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헌법 제31조 제4항). 그러나 각종 시행령과 행정지침으로 각 대학의 논술고사와 학점관리까지도 교육부가 간섭을 한다. 현재 대학의 자율성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며 이것이 대학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대입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의 금지라는 ‘3불 정책’으로 인해 대학은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자율적 학생 선발권을 가질 수 없다. 이런 간섭을 하는 동안 교육부는 1998년의 30개과가 현재 52개과로 늘어났고, 거대한 조직 속에서 관료는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수없이 새로운 정책과 시행령, 지침을 계속 발표한다. 교육 전문가가 아닌 행정가들이 대학의 전문가적 의견을 배제하고 여론을 이용하고 있다.

업적 추진 실적보다는 일선 교육기관이 발전하도록 도와주는 관료가 높이 평가받도록 교육부의 평가방법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방 문제를 군사 전문가에게 맡기고 병원 운영을 의료인에게 맡기듯 대학교육은 교육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당연하다.

김송희 강원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전 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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