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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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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설관(爲人設官·특정인을 위해 필요도 없는 벼슬자리를 마련한다는 의미) 아닌가.”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긴급 이사회는 성토장이었다. 논란의 중심은 문화관광부가 이달에 공식 출범시킬 체육인재육성재단(NEST).
이 육성재단은 문화부가 스포츠토토 수익금의 10% 범위에서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해 체육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1월에 설립한 단체. 올해 예산으로 200여억 원을 확보했고 매년 100억 원 가까운 토토 수익금이 적립될 예정이다. 올해 전체 예산 1000억 원 가운데 48억5000만 원을 인재 양성에 사용하는 체육회에 비해 자금 규모가 몇 배에 이른다.
문제는 이 육성재단이 추진하는 스포츠 외교 인력과 우수 선수, 심판, 지도자 양성 사업 대부분이 체육회의 기존 업무와 중복된다는 점. 육성재단과 체육회가 따로 사업을 진행하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국제기구에선 “한국에 두 개의 단체가 있는 것이냐”며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문화부는 이런 업무를 육성재단에 전담시킬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정길 체육회장은 “우리는 올림픽 가서 메달만 따오란 얘기냐. 체육회의 존립 근거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한탄했다.
문화부는 이미 반도핑기구(KADO)와 청소년스포츠클럽 등 체육회가 추진해 온 주요 사업을 산하 체육국으로 가져온 상태. 문화부가 육성재단을 만드는 데 법적인 하자는 없어 보인다. 정부가 체육 진흥을 위해 거금을 투자하는 것을 체육회가 마다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문화부는 육성재단 설립 과정에서 ‘체육계 수장’인 김정길 회장과 사전 논의를 전혀 하지 않았다. 문화부 조현재 체육국장은 이를 사과하면서도 “문화부가 육성재단을 설립해 체육회를 지원하는 것은 박수를 쳐 줄 부분 아니냐”며 체육회의 반발을 오히려 비판했다.
그러나 육성재단은 ‘보은 인사’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재단 초대 이사장과 사무총장에 문화부 배종신 전 차관과 심영섭 전 체육진흥과장을 선임했기 때문. 육성재단 설립이 정부의 퇴직 인사를 위한 ‘자리 만들어 주기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황태훈 스포츠레저부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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