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위기의 전경련號 ‘젊은 선장’은…

  • 입력 2007년 3월 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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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정기총회에서 ‘젊은 회장론’을 제기한 이준용(69) 대림그룹 명예회장이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명예회장은 그동안 전경련 회장단이 차기 회장 선출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습니다.

그는 ‘전경련이 변해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강신호 현 회장의 3연임을 앞장서 반대했고 결국 강 회장의 연임 포기 결정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경련 회장단 내에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 명예회장과 뜻을 같이했던 기업인이 적지 않았습니다. 김 회장은 지난달 1일 전경련 부회장 직을 사퇴하면서 강 회장 연임에 반대한다는 의사표시를 했고 강 회장은 결국 닷새 후 연임 포기 결정을 발표했습니다.

이 명예회장은 지난달 27일 전경련 정기총회에서도 10분이 넘는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70세에 가까운 사람들은 전경련 회장 직을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며 유력 후보였던 조석래(72) 효성그룹 회장에 대한 반대의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전경련은 결국 1961년 창설 이래 처음으로 정기총회에서 회장을 선출하지 못했습니다.

조 회장은 그동안 반대표가 적지 않았지만 가장 유력한 후보였습니다. 하지만 총회 하루 전날인 지난달 26일 상당수 언론매체가 ‘성급하게’ 조 회장의 차기 전경련 회장 선출을 기정사실화해서 보도하자 오히려 반대표가 더 늘어났다고 합니다. 전경련 관계자는 “조 회장측이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으로 해석돼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며 “전경련으로서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이번 파문으로 전경련 회장단이 조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논의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이 명예회장은 정기총회에서 ‘전경련 회장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며 ‘내일모레 환갑’인 회장을 추천했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재계 안팎에서는 차기 회장 후보로 김승연(55) 한화, 박삼구(62) 금호아시아나, 현재현(58) 동양그룹 회장 등 상대적으로 젊은 총수들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명예회장이 주장한 ‘전경련의 세대교체’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 관심이 높습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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