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축구천재’ 박주영 웃다 울었다

  • 입력 2007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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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왼쪽)이 후반 40분 심판으로부터 레드카드를 받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박주영(왼쪽)이 후반 40분 심판으로부터 레드카드를 받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주영아 조금만 참지….”

‘축구 천재’ 박주영이 웃다가 울었다.

박주영은 후반 18분 골 지역 정면을 파고들어 상대 골키퍼와 맞서는 상황을 맞았지만 오른쪽 빈 공간으로 달려드는 양동현에게 패스했다. 충분히 슛을 날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확실하게 골을 넣도록 양보한 것이다. 볼이 골네트를 흔들자 박주영은 양동현은 물론 백지훈, 오장은 등 모든 선수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활짝 웃었다.

박주영에게 이날 경기는 큰 의미를 담고 있었다. 2005년 청소년대표팀의 골잡이로 혜성같이 나타난 박주영은 그해 프로축구 K리그에 데뷔해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며 만장일치로 신인왕에 올랐던 기대주. 하지만 ‘2년차’ 징크스로 지난해에는 거의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K리그에서도, 2006 독일 월드컵과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다. 2006년 K리그 대상 ‘베스트 11’ 투표에서 단 한 표도 얻지 못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그래서 박주영은 2007년 올림픽대표팀의 첫 공식 대회인 이날 예멘전에서 지난해 부진을 멋지게 날려 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핌 베어벡 대표팀 감독도 박주영이 슬럼프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칭찬 요법을 썼다. 지난달 25일 소집 때부터 “넌 최고의 골잡이다. 넌 잘할 수 있다. 골에 집중하라”고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박주영은 한국의 승리를 견인한 도움으로 부활의 전주곡을 울렸지만 끝이 매끄럽지 못해 다시 한번 자존심을 구겼다.

후반 40분. 박주영은 자신을 악착같이 따라붙으며 귀찮게 하던 모하나드 하산 라게 무나세르가 뒤에서 태클을 걸어서 넘어졌다 일어난 뒤 홧김에 밀친 게 빌미가 돼 비신사적 행위로 퇴장당했다. 순간적인 감정 폭발이 축구 천재의 발목을 또다시 잡은 셈이다.

수원=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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