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제 저런 교육]보드게임으로 익히는 증권시장

  • 입력 2007년 2월 14일 02시 58분


주사위 2개를 높이 던졌다. 숫자 ‘6’과 ‘2’가 나왔다. 8칸을 가니 ‘빅뉴스’다. 호원이는 보드판 가운데의 ‘빅뉴스’ 카드를 열었다.

“빅뉴스! 뿅뿅닷컴이 뜨거운메일 인수 확정. 뿅뿅닷컴 사업이 확장되면서 수익이 늘어날 전망. 뿅뿅닷컴 주가 500원 상승.”

수민과 선미가 환호성을 질렀다.

“야호! 뿅뿅닷컴 7700원이다.”

그러자 옆에 있던 유원과 민재는 시무룩해졌다.

“언니! 내가 뿅뿅닷컴 사자고 했잖아.”(민재)

“그러게. 저렇게 계속 오를 줄 누가 알았니.”(유원)

11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김유원(13·일산 낙민초 6년) 양의 집에 같은 반 친구 4명이 놀러 왔다. 유원이와 친구들은 ‘손바닥 증권’이라는 보드게임을 하면서 가상 경제 체험을 하고 있었다. 유원이 아버지 김영채(41·어린이경제신문 교육본부장) 씨는 이 게임 제작에 직접 참여했다.

○‘경제 원리’를 배우는 게임

유원이와 동생 민재(8·낙민초 2년)가 ‘경’팀, 유원이 친구들인 김수민 최선미 양이 ‘제’팀, 그리고 최호원 홍우범 군이 ‘나’팀 등 세 팀으로 나눴다. 김 씨는 증권거래소 역할을 맡았다. 김 씨가 팀당 말 1개와 20만 아이(가상 화폐 단위), 개인 증권통장을 나눠 줬다. 이 게임의 상장회사는 모두 7개. 다나아제약, 뛰뛰빵빵자동차, 뿅뿅닷컴(정보기술기업), 삼마트(대형 마트), 앙드레야(패션업), 응삼이네(농산물 유통), 주민은행 등이다.

김 씨가 게임의 법칙을 설명했다.

“주사위를 던져 들어간 칸에 써 있는 대로 하면 되는 거야. 황소장에 들어가면 황소카드를 뒤집으면 돼. 그러면 어떤 경제 상황과 그에 따른 주가 변화가 적혀 있을 거야. 얘들아 황소가 어떻게 싸우지?”

“뿔로 싸워요.”

“그렇지. 뿔은 어디를 향하지? 황소는 머리를 바짝 들어 싸우지. 그래서 주가가 오르는 것을 황소장이라고 한단다.”

처음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던 아이들이 주사위를 던져 황소장이 나오면 박수를 치면서 좋아한다. 호원 우범 팀의 세 번째 차례. 낯선 용어가 나왔다. ‘채권 매수.’ 아이들의 눈과 귀가 김 씨에게로 쏠렸다.

“자, 그럼 운명의 나침반을 돌리는 거야. 화살이 머문 자리만큼 돈을 주고 채권을 사는 거지. 채권은 회사가 돈을 조달하려고 발행하는 일종의 ‘빚 증서’야. 이걸 갖고 있으면 말이 한 바퀴 돌면 이자를 받을 수 있어.”

호원 팀은 5000원짜리 채권 4장을 샀다.

○게임 속의 경제 지식들

보드판을 세 번 정도 돈 뒤 결산이 시작됐다.

시가, 종가, 최고가, 최저가 등 용어를 김 본부장이 설명하고 아이들이 증권거래소 주가기록장을 보면서 하나씩 적어 갔다. 호원 우범이 33만 아이, 수민과 선미 29만8400아이, 유원와 민재가 26만400아이.

“어떻게 그렇게 높은 수익을 냈어?”라고 묻자 우범은 “뿅뿅닷컴 주가가 많이 올랐고요, 채권 이자도 많이 받았어요”라고 답한다.

선미는 “학교 사회시간에 경제에 대해 배웠지만 주로 낭비하지 말고 소비를 잘하라는 내용이었지 이처럼 주식회사나 증권에 대해서는 배운 기억이 없다”고 했다.

유원이는 “예전에는 신문 경제면은 그냥 건너뛰었는데 이제 게임에서 배운 단어들이 나오니까 관심을 갖고 읽게 됐다”고 말했다.

○게임으로 배우는 경제

‘손바닥 증권’의 모델이 된 게임은 1982년 씨앗사에서 선보인 ‘부루마블’. 1980년대 어린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국내 최초의 보드게임으로 세계 여러 도시를 돌면서 호텔, 빌딩 등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부동산 투자’ 게임이다.

인수합병(M&A) 등 현실 증권시장의 거의 모든 상황을 게임으로 재현해 놓은 ‘어콰이러’는 경제게임의 바이블로 통한다. 펀드매니저들도 이 게임으로 시뮬레이션을 해 보고 실전 투자를 결정한다고 한다.

고양=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사진=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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