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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7일 19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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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하는 아부는 최상의 것이라도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아부’에 대한 새로운 인식
그는 ‘아부의 황금률’로 구체적으로 다음 몇 가지를 든다. ‘그럴듯하게 하라’ ‘누구나 아는 사실은 칭찬하지 말라’ ‘칭찬과 동시에 부탁하지 말라’ ‘의견을 따르되 모든 의견에 무조건 동의하지 말라’ 등. 그렇다면 아부는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의미인 ‘남의 비위를 맞추고 알랑거림’이 아니라 ‘품격을 갖춘 수준 높은 칭찬 기법’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국내 재벌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장수하고 있는 분 중 한 분은 ‘조직에서 출세하는 비결’로 적당한 실력, 끊임없는 아부, 영원한 오리발을 꼽곤 했다. 다는 아니지만 ‘윗사람에게 할 말은 해야 한다’거나 ‘바른말 하는 사람이 출세한다’는 얘기는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들이 대책 없이 하는 소리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고 장수한 분들 중에도 사석에서 그 비슷한 얘기를 하는 분이 적지 않다.
대기업의 나이 지긋한 오너 가운데 한 분에게서는 “귀에 거슬리는 얘기보다는 듣기 좋은 소리를 하는 사람을 더 좋아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냐”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 그는 “현명한 사주는 회사 일을 맡길 사람과 같이 술 마시러 다닐 사람을 엄격히 구분한다”는 말도 곁들였다.
사실 요즘이 어떤 세상인가. 업무 능력도 있어야 하지만 오너를 설득할 수 있는 기술도 있어야 고위직에 오를 수 있다. 실제로 오너의 총애를 받는 상사를 모신 조직이 사기가 높고, 업무 효율 또한 높은 경우가 많다. 사사건건 윗사람들과 충돌하는 상사는 자신은 물론 아랫사람들까지도 힘들게 한다.
그런 점에서 국내 굴지 재벌기업의 2인자 소리를 듣던 기업인의 처세술을 한번 음미해 볼 만하다. 그는 ‘제왕(帝王)’ 소리를 듣던 회장의 무모한 사업계획이나 대책 없는 지시에 대해 면전에서는 한 번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이런저런 문제점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공손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곤 했다고 한다. 나중에는 회장도 그가 공개적인 회의석상에서 가타부타 아무런 말이 없을 때는 “나 좀 봐” 하고 별실로 불러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묻는 등 배려를 했다고 한다.
‘인생의 실용적 지혜’ 가르쳐야
아쉬운 것은 한국 사회와 학교는 왜 이런 ‘인생의 실용적 지혜’를 가르쳐 주는 데 인색한가 하는 점이다. 살아남아 가문과 나라를 유지하기보다는 죽더라도 할 말은 한 분들을 만고의 충신으로 떠받들어 온 역사적 전통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고 해서 그런 분들을 깎아내리자는 얘기는 물론 아니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새로운 롤 모델을 발굴하고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줄여 나가야 젊은이들의 가치관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공자는 나이 60을 이순(耳順)이라고 했다. 무슨 말을 들어도 고깝지 않고 원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경지라는 뜻일 게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공자 같은 성현일 수는 없다. 사석에서 점잖은 어른들로부터도 “이전에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리던 이야기들도 나이가 들면 섭섭하고 고깝게 들리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 나이 50이 넘어서야 어렴풋이 ‘아부의 효용’과 ‘이순의 속내’를 알아차렸으나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지는 여전히 자신이 없다.
오명철 편집국 부국장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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