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교복(校服) 퇴출 운동

  • 입력 2007년 1월 26일 1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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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문화와 몰개성의 상징으로 몰려 한때 폐지됐던 교복이지만 옛날 교복에도 나름대로 유행이 있었다. 남학생은 바짓단을 짧게 해 발목이 보이도록 하거나 바지통을 줄여 입는 게 유행이었다. 교복 상의의 호크를 풀고 하얀 목 폴라를 드러내거나 교모(校帽)까지 삐뚜름하게 쓰면 ‘반항적인’ 멋이 있었다. 여학생은 치맛단을 줄여 짧게 입거나 허리를 잘록하게 해서 입었다. 빳빳한 흰 칼라를 유지하기 위한 세탁과 다림질은 바지런한 여학생의 일상사였다.

▷유행이라면 요즘 교복세대가 한술 더 뜬다. 평준화로 학교 특성이 흐려졌지만 학생들은 “교복이 별로인 학교는 가기 싫다”고도 한다. 다만 요즘 유행은 학생들보다 유명 교복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대기업이 교복 시장에 뛰어들면서 학교에서 지정한 교복 디자인과 색깔만 같을 뿐 소매나 끝마무리 등의 재단과 소재가 튀는 제품들을 쏟아 내고 있다. 학생들은 어떤 브랜드를 입을 것인지로 자신의 개성을 찾는다.

▷현재 교복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대형 브랜드 4개 업체의 교복 가격은 23만∼25만 원. 세탁하는 동안 갈아입을 수 있도록 셔츠와 하의 한 벌씩 추가하면 3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일부 대기업은 고급 수입원단을 썼다는 프리미엄 제품도 내놓았는데 50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여기다 코트까지 추가하면 교복 값만 70만 원이 되니, 가뜩이나 교육비 부담에 허덕이는 학부모들이 비명을 지를 만하다.

▷신학기 때면 교복을 둘러싸고 업체와 학교 간의 담합 의혹이 제기되곤 하지만 요사이 교복 값이 터무니없이 치솟은 것은 교복업체의 마케팅비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광고 공세, MP3플레이어나 휴대전화 등 고가의 사은품을 내건 경품 행사 비용이 고스란히 제품 값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롱다리로 만들어 준다’며 맵시만 강조하다 보니 활동량이 많은 학생들에게서 불편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에 일부 학부모단체가 ‘교복 안 입고 등교하기 및 교복 반납퇴출 운동’에 나선다고 한다. 업체와의 줄다리기에 애꿎은 교복만 학교에서 퇴학당할런가.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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