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제살 뜯기’부터 해서야

  • 입력 2007년 1월 14일 2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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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핵심 참모인 유승민 의원은 12일 대선 예비후보 중 지지율 1위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해 “도덕성까지 자체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 전 시장 측은 “여권의 상투수법인 네거티브 공세”라고 대응했다. 당내 경선(競選) 때마다 불거졌던 ‘제살 뜯기’가 일찌감치 재연되는 느낌이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이미 비방 중상전이 가열되고 있다. ‘박빠’(박 전 대표 지지자) 측은 이 전 시장에 대해 ‘20여 가지의 의혹’이란 것을 제기했고, ‘명빠’(이 전 시장 지지자) 측은 “유승민은 제2의 김대업(병역비리 의혹을 조작한 전 의무부사관)”이라고 맞받았다. 지난해 당 대표 경선 때의 ‘좌익사건 연루자’ ‘민정당 출신’이라는 상호 흠집 내기가 보여 준 저질 공방 그대로다.

유력 대선후보는 당연히 검증돼야 한다. 2002년 대선 때의 ‘병풍(兵風) 조작’ 같은 흑색선전이나, 장인의 좌익활동에 대한 지적을 “그럼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는 교묘한 논지(論旨)이탈 발언으로 넘어간 노무현 후보의 선례가 반복돼선 안 된다.

그러나 ‘후보 검증이냐, 네거티브 공세냐’ 하는 점은 ‘누가, 왜 제기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신뢰할 만한 기구나 사람이 진정성을 갖고 검증해야 당원이나 국민 다수가 승복할 수 있는 것이다. 투명성과 객관성도 담보돼야 한다. 이미 한나라당 안에는 윤리위원장을 중심으로 후보들을 공정하게 검증할 기구를 만드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앞으로 열릴 다양한 후보 간 정책토론회도 검증의 장(場)이 될 것이다.

그런데도 이 시점에서 ‘자체 검증’을 하겠다는 박 대표 측 태도는 지지율 격차를 만회하려는 음습한 네거티브 공세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분열을 부채질하려는 듯 “자체 검증은 당연하다”며 맞장구를 치고 나섰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국민이 바라는 것은 민주적이고 공정한 대선 관리 능력과 제대로 된 집권역량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진흙탕 싸움으로 시종할 경우 한나라당에 돌아갈 것은 물거품이 된 ‘대권 삼수(三修)’의 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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