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삶이 바뀝니다]SK텔레콤 정기홍 씨 ‘통장에 쓴 편지’

  • 입력 2007년 1월 13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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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아이를 위한 멘터링 프로그램에 참가해 한 아이의 인생 안내자가 돼 주고 있는 SK텔레콤 정기홍 매니저. 그가 자신의 멘티에게 준 편지가 담긴 장학 통장을 펴보며 활짝 웃고 있다. 김미옥 기자
저소득층 아이를 위한 멘터링 프로그램에 참가해 한 아이의 인생 안내자가 돼 주고 있는 SK텔레콤 정기홍 매니저. 그가 자신의 멘티에게 준 편지가 담긴 장학 통장을 펴보며 활짝 웃고 있다. 김미옥 기자
SK텔레콤 수도권네트워크본부 매니저 정기홍(45) 씨는 2005년 8월 1일부터 2006년 10월 12일까지 저금통장에 한 통의 편지를 썼다.

‘때로는 어른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천진난만한 너의 모습이 너무 예쁘구나…참고 끝까지 인내하면서 살아가는 정신자세가 중요하단다….’

짧은 편지 한 통을 쓰는 데 15개월이 걸린 이유는 입금 때마다 저금통장의 입출금 명세 여백에 쓸 수 있는 글자가 6, 7자였기 때문이다.

편지의 수신인은 정 씨가 2004년부터 멘터로 인연을 맺어 온 김은혜(가명·13) 양. 편지가 적힌 통장과 정 씨가 모은 돈 58만6000원은 지난해 12월 말 은혜 양이 받은 가장 멋진 선물이 됐다.

○ 배려를 기부한다

정 씨는 2004년 4월 회사에서 운영하는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한 멘터링 프로그램에 자원해 은혜 양을 처음 만났다. 은혜 양은 부모가 이혼한 후 팔순의 조부모와 살고 있었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은혜 양의 할머니는 뇌중풍으로 10년 이상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다. 가족의 벌이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원되는 생활비가 전부였다.

“처음 만났을 때는 은혜가 저를 외면했어요. 무슨 이야기를 해도 듣는 둥 마는 둥이었죠.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아이를 꾸준히 찾아갔습니다. 한순간 도움을 주다가 떠날 사람이 아니라 계속 네가 어떻게 자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사람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6개월쯤 지났을 때부터 은혜 양은 정 씨에게 친구 관계나 학교생활의 고민에 대해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중고교생 자녀 둘을 키우는 정 씨는 어느덧 은혜의 부모 역할까지 맡게 됐다. 아내와 함께 은혜의 담임교사를 만나 면담을 했고 ‘보통’의 가족처럼 함께 놀이동산에 가거나 영화관, 야외학습체험장도 찾았다. 세상살이가 힘겨운 사람이 너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장애인 재활원에서 함께 봉사하기도 했다. 은혜 양의 장래희망이 국어교사라는 것을 알고는 책도 많이 사줬다.

정 씨는 어린 시절 자신이 ‘멘터’가 필요했던 사람이었다. 고향(인천 강화군 석모도)에서 어렵게 자랐고 대학에 다닐 때는 등록금이 없어 휴학과 복학을 거듭하며 고학을 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1회성 기부부터 시작해 회사가 지정한 보육원 방문까지 지속적인 기부를 하면서 그는 ‘나눔’에 관한 나름의 도를 세웠다.

“쉬운 말 같지만 가식적으로 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아무리 어린아이라 하더라도 건성으로 대하면 쉽게 알아채요. 그래서 친자식처럼 품어주기도 하지만 때론 엄하게 가르쳐야 비로소 진심이 통한다는 것을 세월이 지나면서 알게 됐어요.”

○ 멘터링 프로그램

기업에서 멘터링은 선배가 후배를 지도하면서 개인의 잠재력을 개발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기부활동에선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등 도움 받을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인생의 길벗이 되어 주는 것이다.

시민단체인 푸른시민연대(02-964-7530)는 저소득층 가정 어린이, 독거노인들과 자원봉사자를 연결하는 멘터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좋은친구만들기운동(02-2273-2205)은 중퇴 청소년, 탈북 청소년, 장애 청소년 등을 연결시키고 있다. 로레알 투어익스프레스, NHN, 다음 등의 임직원 일부는 온라인멘터링 프로그램인 ‘또띠’(www.tortee.org)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을 만난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이웃돕기, 회사 일만큼 중요하죠”

‘사이버다임’ 외부 봉사활동도 근무시간으로 인정

문서관리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사이버다임의 나눔 동아리 이름은 ‘작은 시작’이다.

직원은 모두 70명. 2006년 한 해 동안 기부한 금액은 1045만 원 남짓이다. 직원 수를 고려하면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다.

‘작은 시작’의 안을 들여다보면 탄탄하다. 직원 70명 전원이 월급 일부를 기부하는 데다 재활용품 기부, 컴퓨터 지원, 나눔 냉장고, 벌금 기부 등 일터 곳곳에 기부문화가 정착됐기 때문이다.

1999년 설립된 이 회사가 ‘아름다운 일터’에 참여한 것은 2004년부터.

전 직원이 월급에서 2000∼4000원씩을 떼어내 모은 금액과 그만큼의 회사 지원금을 합쳐 기금을 만들었다. 올해는 설문조사를 거쳐 각자 월급에서 떼는 기부금을 4000∼1만 원으로 자율 인상했다. 이렇게 모은 기금은 아름다운재단의 솔기금에 전달한다. 솔기금은 소년소녀가장의 주거비 지원에 쓰인다. 이 회사의 기금 지원을 받는 소년소녀가장은 2004년 6명에서 지난해 18명으로 늘었다.

사이버다임은 직원들이 외부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준다.

현석진 사장은 “봉사활동을 위한 휴가나 휴직을 근무로 인정해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아름다운 일터’, ‘1% 기부’와 ‘1% 개인기부’에 참여하고자 하는 기업과 개인은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www.beautifulfund.org)나 전화(02-766-1004)로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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