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어이없는 착각

  • 입력 2006년 12월 26일 02시 56분


사람들이 체면을 따지듯 프로 기사도 ‘돌의 체면’을 세우려고 애쓴다. 좌변이 백 ○들로 인해 히말라야 협곡처럼 깊어지고 있으나 흑은 ○의 체면을 살리려 41, 43으로 근거를 빼앗으며 압박한다. 이때 또 한번 손을 빼고 둔 백 44가 ○와 호응하여 눈사태가 날만큼 좌변 계곡이 가파르다.

흑 45 이하 53까지는 내친걸음이다. 하지만 우중앙에 쌓은 흑의 세력이 백 ○와 44에 의해 빛을 잃고 있지 않은가. 백이 한 걸음 앞서가게 되었다. 이희성 7단이 흑 55에 13분을 숙고한 것은 형세가 여의치 않다는 뜻이다. 전단(戰端)을 구해야 할 시기다.

그런데 이 순간 프로 바둑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해프닝이 일어났다. 느닷없이 붙이고 끊은 백 56, 58이 어처구니없는 착각. 윤준상 4단이 기대한 것은 참고도처럼 하변을 정리하는 그림이었는데 흑이 59로 단수치고 61로 끊은 한 점을 잡아버리니 공연히 보태준 꼴이 되었다. 반 집은 하늘을 원망하고 한 집은 자기를 책망한다는 프로 바둑에서 허허 웃고 넘기기에는 워낙 손해가 크다. 흑에게 아연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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