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이 음습한 정치 몰아내야

  • 입력 2006년 12월 26일 00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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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국민이 대통령과 정치를 걱정한 한 해였다. 대통령의 독선과 정제되지 않은 언행은 국민의 가슴을 늘 조마조마하게 했고, 재집권에 눈이 먼 여권(與圈)의 정계개편 놀음은 민생고에 시달리는 국민을 더 힘들게 했다.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가 임기를 다 마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처럼 말하기도 했으며, 실현 가능성도 없는 거국내각을 또 거론함으로써 정치판을 흔들고 국민을 호도했다. 세밑에 쏟아진 노 대통령의 막말은 이의 완결편이다.

정치의 요체는 국민을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하는 데 있다. 인도의 초대 총리였던 자와할랄 네루는 “국민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이 정치”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거꾸로다. 국민이 대통령과 정치 때문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언제까지 이래야 되는가. 우리사회의 대표적 원로인 김준성(현 이수그룹 명예회장) 전 경제부총리와 천주교의 정의채 몬시뇰은 송년 메시지에서 ‘국민 노릇’을 잘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한다.

김 전 부총리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이 힘을 합쳐 정치를 견제하고, 정치가 잘 따라올 수밖에 없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이 정신을 바짝 차려서 선동과 편 가르기의 음습한 정치가 우리 사회에 곰팡이를 피우지 못하도록 ‘햇볕’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다음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경제정책 수립에 집중하는 정치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면서 “국민이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몬시뇰은 그제 한 언론사에 보낸 e메일에서 노 대통령의 막말을 걱정하면서 “현재의 통치 스타일을 유지하면 법적으로는 대통령이나, 실질적으로는 ‘국민의 대통령’이 아닌 ‘패거리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온 국민이 정신을 가다듬고 희망찬 새해를 열어 가자고 했다. 세계 최빈국에서 10대 경제 강국을 넘보게 된 그 저력으로 또다시 세계를 놀라게 할 모델을 만들자고 했다. 그 역시 국민에게 기대를 건 것이다.

노 대통령과 여권은 내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통령 참모들은 연일 청와대 홈페이지를 ‘정치 홍보’로 도배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고건 총리 기용은 실패한 인사”라고 한 발언과 관련한 해명과, 고 전 총리 측의 반박에 대한 재(再)반박에도 여념이 없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청와대 홈페이지’가 이런 식의 저급한 정치공학적 논쟁에 쓰여야 하는지도 의문이지만 그런 열정의 10분의 1만이라도 국민의 굽은 등을 펴는 데 쏟았다면 나라꼴이 이 지경은 안 됐을 것이다. 결국 ‘국민 노릇’을 잘하는 길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것이 저물어 가는 병술년, 한국 정치가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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