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6년 12월 16일 03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중국 베트남 등 인건비가 싼 나라가 세계의 제조업을 싹쓸이한다고들 하지만 세계 일류 제조업체들은 ‘메이드 인 선진국’ 제품에 더 신경 쓴다는 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다. 아무리 본사의 전문가가 파견 나가 감독한다고 해도 미숙련 노동자가 만드는 제품엔 한계가 있다.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미탈도 부식되지 않는 고부가가치 제품은 개발도상국에서 절반쯤 만든 뒤 선진국으로 옮겨 완성한다. 원천기술은 후발국에 넘기지 않고 지키되, 제조원가는 낮춰 이익을 최대화하는 ‘투 트랙 전법’이다.
▷“제조업 시대는 가고 서비스업 시대가 왔다”는 소리는 그래서 맞고도 틀리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국내총생산과 노동인구 비율이 높지만 제조업 생산성 또한 높다. 미국 투자회사 JP모건의 데이비드 헨슬리 글로벌경제협력이사는 “제조업 자체의 ‘파이’가 증가한다”고 했다. TV며 냉장고며 우리가 쓰는 물건이 점점 많아지는 게 증거다. 중국의 제조업 생산이 폭증했다지만 10년 사이 세계 생산량의 4%에서 9%로 늘었을 뿐이다. 75%를 만들어 내는 미국 일본 서유럽 등 선진국 파워는 아직 막강하다.
▷우리나라 제조업체 3곳 중 1곳이 적자이고, 10곳 중 4곳은 물건을 팔아 이자도 못 낸다는 한국은행 조사는 그래서 더욱 우울하다. ‘경제의 엔진’인 제조업이 후퇴해서는 세계화 대열에서 앞서 가기 어렵다. 고부가가치 테크놀로지 상품에도 ‘서비스 플러스 α’를 보태야 살아남는다. 우리나라가 싼 임금으로 승부할 단계는 지났다. 그래도 ‘수출 공신’으로 분투하는 제조업체 경영자와 근로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올해도 수고하셨습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