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反자유가 키우는 로비와 권력형 비리

  • 입력 2006년 12월 7일 22시 58분


자고 일어나면 검은 로비와 부패 스캔들이 터진다. ‘바다이야기’ 경품용 상품권 인허가를 둘러싼 업자와 공무원의 유착이 드러나더니 이번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여당 의원이 위장업체를 차려 놓고 상품권을 발행해 수익금을 나눈 단서가 나와 검찰이 수사 중이다. 서민을 바다이야기로 끌어들여 털어 먹는 범죄에 여당 의원이 관여했다니 놀랍기만 한다.

경기 고양시 주상복합아파트 시행사가 정관계에 수백억 원대의 로비 자금을 뿌린 혐의도 불거졌다. 시행사 임원이 작성한 ‘로비수첩’에는 정치인 공무원 법조인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 로비를 벌인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한다. 돈 보따리를 돌리면 안되는 게 없는 ‘로비공화국’이다.

노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 도덕성을 대표적인 정치적 자산처럼 내세웠지만 말기에 이르고 보니 과거의 정부와 크게 다를 게 없다. 바다이야기와 건설 비리를 보더라도 불법 로비와 부패가 자라는 구조와 토대는 그대로 남아 있다.

설립 7년 만에 2조 원 매출을 올린 국내 최대 다단계 판매회사 제이유의 뒤에는 청와대 정치인 검찰 경찰이 100억 원대의 뇌물 고리로 얽혀 있었다. 민원이나 사건 처리와 관련한 뇌물도 여전하다.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이 현대자동차의 부당 내부거래 조사 현장에서 금품을 받았다가 돌려준 사건도 ‘경제 검찰’의 심각한 도덕 불감증(不感症)을 보여 준다. 입만 열면 ‘혁신’을 부르짖는 정부가 부패는 빼놓고 혁신한 것인가.

한국은 올해 3000억 달러 이상 수출 실적을 올린 세계 11위 수출 대국이다. 그럼에도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2006 부패지수’에선 베트남 아프가니스탄보다 부패도가 높은 43위로 꼽혔다.

기업도 윤리경영을 해야 한다. 그러나 ‘로비공화국’의 부패를 키우는 것은 정부의 규제다. 규제를 이용해 독점적 특혜를 확보하자면 정치권과 정부에 로비를 하는 도리밖에 없다. 현 정부에서도 핵심 규제는 고스란히 살아남았고, 건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부패 사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부패 불감증을 키운다. 그런 의미에서 일련의 비리 사건들에 대한 검찰 수사와 법원의 판결을 주목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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