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사 해석의 극단성을 경계한다

  • 입력 2006년 12월 1일 23시 16분


코멘트
뉴라이트 성향의 ‘교과서포럼’ 주최로 그제 열린 대안(代案)교과서 학술 심포지엄이 4·19단체 회원들의 행사장 점거시위 때문에 중단됐다. 5·16을 ‘혁명’으로, 4·19를 ‘학생운동’으로 규정한 교과서포럼 측 시안(試案)에 대한 격렬한 항의였다. 폭력으로 반대 의견을 표시한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기존 교과서의 좌(左) 편향 기술(記述)을 수정하고 근대사를 재해석하기 위해 새로 쓰려는 대안교과서가 지나친 우(右) 편향으로 흐른다면 이 또한 문제다.

시안은 유신체제를 ‘국가의 집행 능력을 크게 높인 체제’로 평가한 반면 5·18민주화운동은 ‘광주민주화항쟁’으로 표현했다. 교과서포럼 측은 “일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 반영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좌 편향 시정이라는 이유만으로 유신까지 찬양한다면 또 다른 ‘극단’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화의 공(功)을 인정한다 해도 효율을 앞세워 저지른 반(反)인권, 반민주, 독재의 과(過)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2년 전 시작된 뉴라이트 운동이 좌로 쏠린 우리 사회의 이념적 시계추를 가운데로 잡아당기는 데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 대통령부터 근현대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라고 규정할 만큼 확산된 자학(自虐)사관에 맞서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자랑스러운 성취의 역사를 확인하는 데 앞장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초 내걸었던 ‘올드라이트’와의 관계 청산에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일부 뉴라이트 단체는 강한 정치참여 욕구를 드러내기도 한다. 뉴라이트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은 아니어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지만 행여 이런 정치적 행태가 ‘뉴라이트’의 이름으로 쓰일 교과서의 의미까지 훼손한다면 불행한 일이다. 이 기회에 이념과 지향점이 다른 단체들 간의 차별화가 필요하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역사 인식이 반동(反動)의 경향을 보여선 안 된다. 그것은 역사의 퇴보일 뿐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