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려운 이웃의 우산이 되어 주세요”

  • 입력 2006년 11월 27일 2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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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하구 구평동사무소에 근무하던 하옥례 씨가 12일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동료 공무원들에게 우산을 선물한 얘기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남겼다. 2004년 직장암 판정을 받고 투병해 온 그는 37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정리하면서 동갑인 남편 김명창 씨에게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작은 답례라도 하고 싶다”며 우산 선물을 부탁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으로서 힘들고 지친 서민들에게 힘이 돼 줘야 하는데… 먼저 떠나는 저 대신 비바람 불거나 눈보라 치는 날 어려운 이웃들의 우산이 되어 달라고 전해 달라”고 소원했다고 한다. 김 씨는 장례를 치른 뒤 부인의 뜻에 따라 사하구청 공무원 740여 명 모두에게 우산을 전달했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동료들은 뒤늦게 사연을 알고는 고인의 깊은 뜻에 고개를 숙였다.

하 씨의 ‘우산 선물’은 무엇보다 공직자의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공직자는 주인을 대신해 비바람을 맞는 우산처럼 자신보다는 이웃과 고장, 나라부터 위하는 것이 정도(正道)인 사람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타(利他)정신이 필요하고 권력과 재물을 탐하지 않는 거욕(去慾)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보통 사람과는 다른 희생정신, 책임감, 솔선수범도 요구된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주고 신분을 보장해주는 것도 이런 자기희생에 대한 일종의 보답인 셈이다.

우리 주위에는 묵묵히 소임(所任)을 다하면서 바람직한 공직자상(像)을 몸소 실천하는 공무원이 많이 있다. 평소 남다른 성실성과 책임감으로 ‘세상의 우산’이 되고자 했던 하 씨나, 25일 지역 축제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직접 방어잡이 배를 탔다가 파도에 실종되거나 사망한 이영두 서귀포시장 등 3명도 그런 사람들이다.

공무원이 본분(本分)을 다해야 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있고 또한 건강한 사회와 정부, 국가를 만들 수 있다. 그 일은 누가 대신 해 줄 수 없는, 공무원 자신들의 몫이다. 하 씨의 부탁처럼 스스로가 ‘국민의 우산’ 노릇을 자임하는 게 바로 그 첫걸음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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