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심리적 홀로서기’

  • 입력 2006년 11월 23일 20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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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명예도/이름도 남김없이/한평생 나가자던/뜨거운 맹세…/앞서서 나가니/산 자여 따르라/산 자여 따르라.’ 올해 8월 27일 청와대에서는 또 한 차례 운동권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이 비장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광주전남지역 ‘노사모’ 회원들과 만나는 자리였다. 대표적인 운동권 투쟁가 합창으로 분위기가 잡힌 뒤 노 대통령의 ‘나대로 국방관(國防觀)’이 이어졌다. 노사모 대표가 녹음해 공개한 얘기다.

▷대통령은 한국군의 ‘심리적 홀로 서기’를 위해 휴전선의 미군 2사단 병력을 후방으로 빼도록 했다는 취임 초의 ‘무용담’을 꺼냈다. 당시 국무총리는 반대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 하나의 ‘폭탄 발언’이다. “수도 한복판(용산)에 미군이 연합사를 갖고 한국군까지 지휘하는 상태를 벗어나야 한국군이 심리적으로 홀로 설 수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한미연합사 해체, 주한미군 감축 등 한미 군사동맹의 미래 모습이 모두 같은 궤(軌)에서 나왔음을 여실히 보여 주는 발언이다.

▷그러나 한국군 스스로 북의 도발을 막을 능력을 갖고 있다고 본 것부터 틀린 전제다. 미국의 경제적 압력이 두려워 미군을 줄이라는 요구를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던 차에 한국군의 심리적 홀로 서기를 위해 미군의 후방 배치를 결단했다는 요지다. 그 후 미국 측의 미군 감축 계획도 즉각 환영하며 수락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잡으면 안 된다”면서 “이제 한미관계에서 한국의 발언권과 지위는 강화되고 있다”고 실제와 동떨어진 자평도 곁들였다.

▷한국군을 독립적 강군(强軍)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일부러라도 위험한 ‘미군 공백 상황’에 빠뜨릴 필요가 있다는 뜻인가. 강군 육성도 자녀의 독립심 길러주기와 같다고 보는지 모르겠으나, 아이 교육은 한때 잘못되면 고칠 기회가 있을 수 있지만 국방은 한번 실패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래서 자주(自主)와 주권(主權)보다 중요한 것이 국가 보위다. 대통령의 첫 번째 책무가 바로 ‘나라를 지키는 일’이다.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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