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언제까지 교과서를 뇌물 받고 고를 건가

  • 입력 2006년 11월 21일 22시 54분


특정 교과서와 참고서를 채택한 대가로 판매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서울 지역 13개 고교 교사 30명이 적발됐다. 교사들이 업자들의 로비를 받아 교재를 채택하고 교재 값의 20%를 뒷돈으로 챙기는 오랜 관행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경찰은 고교 부교재가 채택되도록 하는 데만도 연간 최소 520억 원이 제공됐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더 좋은 교재를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채택하라는 취지로 도입한 검인정 교과서 제도를 이렇게 비교육적으로 악용한단 말인가. 학교선택권도 없이 정부가 정해 주는 학교로 자녀를 보내야 하고, 그 학교가 정해 주는 교재를 말없이 사야 하는 학부모 심정은 참담하다. 교사에게 건당 20만∼500만 원의 뇌물을 바쳐야 채택될 정도의 교재가 내용의 경쟁력인들 갖췄겠는가.

국민 세금과 학생 등록금에서 봉급 받는 교사 가운데 일부가 ‘촌지’를 받는 것도 문제지만 교재 채택료는 이미 관행으로 정가(定價)에 반영돼 있다니 교사가 책 1권에 1000∼1500원씩 학생 호주머니를 턴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교사 비리가 최근까지 판쳤는데도 학교 책임자와 교육청, 교육인적자원부는 몰랐다니 곧이들어야 하나. 혁신과 교육 개혁을 부르짖고, 교육 현장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정부가 이렇게 썩은 구석은 눈치조차 못 챘다니 웃긴다.

한번 교사로 임용되면 별다른 평가 없이 정년을 채우고 평생 연금까지 받는 철밥통 구조가 교사들의 도덕적 해이와 비리를 키운다. 교원평가 및 학교평가제도를 빨리 도입해 교사와 학교를 제대로 검증해야 교육 경쟁력도, 교육자의 기본 자질도 높일 수 있다. 감사 시스템을 가동해 교재 관련 비리를 뿌리 뽑고, 교재 유통구조를 개선해 값을 낮추는 것도 마땅히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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