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안세영]이 땅의 아줌마여, 궐기하라

  • 입력 2006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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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사전에 김치 등 몇 개의 우리말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아줌마’이다. 가족에 헌신적이며 약간 뻔뻔스러울 정도로 자기 것을 챙기는 현실 감각이 뛰어난 한국의 중년여성이라 표현되어 있다. 연일 야근이다 회식이다 돌다가 집에 들어와 ‘세 마디’(밥 줘, 불 꺼, 자자)만 하는 남편을 내조하고 자식을 교육시켰다. 궐기대회에서 돌아온 남편이나 운동권 아들이 밥상에서 한가한 소리 할 때 나오던 엄마의 일성은 “그게 밥 먹여 주냐?”였다. 가계부와 씨름하는 아줌마는 뜬구름 잡는 소리나 하며 손해 보는 일을 참지 못한다. 이 힘이 한국 사회가 소모적 이념 논쟁에 빠지지 않고 경제 중진국이 되게 한 원동력이다.

북핵, 한미동맹을 놓고 좌와 우로 갈라져 싸우는 모습을 보면 국민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북한의 핵무기가 위기인지 아닌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노무현 대통령 말대로 자주국방인지, 아니면 미군 몰아내고 북핵 우산 속에 들어가자는 것인지에 대해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다.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데 청와대와 여의도의 남자들 제정신 못 차린다. 답답한 마음에 아줌마들이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꼴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들어 보자.

“그간 한미동맹 덕분에 전쟁 불안 없이 잘 지내 왔는데 난데없이 자주국방 내세우며 미군 나가라고 왜 그리 난리인가. 막말로 이러다가 화약 연기 나면 노 대통령이 총 들고 나가 막을 것인가. 결국 군대 끌려갈 사람은 내 아들인데 미군과 같이 싸우면 그만큼 우리 젊은이가 덜 다칠 것이 아닌가. 북한에 질질 끌려 다니며 마냥 퍼 주다가 결국 그 돈으로 핵무기 개발한 것 같은데 이제 와선 평양 자극하면 전쟁 난다고 국민을 협박한다.”

“무능한 정부가 서민경제는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적반하장으로 세금은 더 뜯어 간다. 하기야 안 만들어도 될 행정수도 건설에 정부 돈을 펑펑 써 대며 나라 살림 하는 노 대통령 보면 사업한다고 천방지축으로 돌아다니다가 부도내 살림 말아먹은 시아버지 생각난다.”

“친북좌파가 대세를 잡았으면 잡았지 왜 철없는 자식들 교육에까지 불똥이 튀게 하는가. 애들 학교 보냈더니 열심히 가르치진 않고 난데없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나서 반미교육을 한다. 성적 나쁜 학생은 다시 열심히 공부하면 되지만 어렸을 때 잘못된 이념교육을 받으면 평생 간다.”

지금 갈팡질팡하는 한국을 북에 가서 춤판 벌이는 정치인, 권력 앞에 90도 절하는 재벌 총수, 장관만 시켜 주면 변절하는 관료가 바로 세울 것 같지 않다. 역사적으로 나라가 어려울 때 가정을 지키던 여성이 나섰듯이 이제 아줌마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먼저 전교조의 이념교육으로부터 자식을 구해 내야 한다. 잘못된 친북반미사상에 오염된 학생을 방치해 그 학생이 성인이 되면 폐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너무 힘이 커져 버린 전교조를 잡을 사람은 억척스러운 학부모 엄마밖에 없다. 나라 살림 헤프게 하며 세금이나 올리는 정치인도 아줌마 정신으로 선거 때 본때를 보여 줘야 한다. 밖에 나가 민족 공조니 어쩌니 하며 밥솥 깨먹기 딱 알맞은, 이념 논쟁하는 남자에게 바가지(!) 좀 긁어야 한다.

지금 한국 사회는 사상과 이념 갈등의 골이 깊어져 사회적으로 공동체 정신을 찾기 힘들다. 남은 희망 중에 하나가 한국 여성의 자랑스러운 아줌마 정신이다. 집안에서 아내이자 엄마인 아줌마에 의해 아버지, 자식, 삼촌이 이념적으로 합쳐져 가정 통합을 이루고 사회적 통합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아줌마에 의한 ‘가정혁명’으로 좌경화하는 대한민국을 바로잡아 보자.―하와이에서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하와이 동서문화센터 초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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