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도시 파문이 보여 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 입력 200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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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공식 발표한 인천 검단지구 등 신도시 개발계획은 주택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대책이어야 함에도 시장 혼란과 집값 폭등의 재료가 되고 말았다. 나흘 앞서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불쑥 예고해 투기의 불쏘시개로 던져 버린 탓에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됐다.

신도시 계획은 치밀한 투기대책까지 묶어 발표해도 투기를 유발한 사례가 많았다. 주택행정 실무 경험이 있는 추 장관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게다가 돈 흐름과 주택 수급 동향에 극도로 민감해진 요즘 시장 상황에선 정책 당국자의 말 한마디가 엉뚱한 파장을 부를 수 있다. 그런데도 명색이 주택정책 최고책임자가 설익은 신도시 계획을 덜컥 발설해 집값을 폭등시켰다면 책임이 무겁다.

정책은 내용만큼이나 입안 및 발표 과정도 중요하다. 정책의 소비자인 국민과 시장 상황을 감안하고 부작용과 돌발변수까지 미리 고려해야 한다. 정책 효과는 죽이고 후유증은 키운 당사자가 장관인데 청와대의 조사와 총리의 질책만으로 슬쩍 넘어간다면 책임행정은 더 멀어지고 ‘아마추어 관료’들의 무책임 증후군만 확산될 것이다.

정부도 밝혔듯이 주택정책은 양적 공급 확대나 투기 단속이 전부가 아니다. 국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고품질의 정책이 절실한 분야다. 그런데 작년 4월 17대 총선에 차출됐다가 낙선한 뒤 ‘보은(報恩) 케이스’로 발탁된 추 장관은 이런 기대를 저버리고 ‘코드 정책의 좌충우돌 행정’만 보여 왔다. 아파트 분양가 공개, 발코니 확장 허용, 판교 신도시 분양 등 국민의 관심이 쏠렸던 사안마다 ‘오락가락 행정’을 지겹게 연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1년 반 동안 그에게 진 빚을 갚았는지 모르지만 국민 가슴엔 겹겹이 멍이 들었다.

추 장관은 스스로 물러나는 게 옳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대북정책 실패로 나라와 후손에게 부담을 지우고도 “정책 실패가 아니라 정쟁(政爭) 탓에 물러난다”고 강변했지만 추 장관은 “투기꾼 때문에 물러난다”는 식의 핑계는 대지 말기 바란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총체적 실패에서 반드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작년 8·31 부동산 종합대책, 올해 3·30 대책 등의 반시장적 무리수를 이번에 잘 고친다면 과오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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