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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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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승희 의원은 이날 국감장에서 대기업 A사의 불공정 하도급 혐의를 신고한 한 중소기업 대표와 공정위 담당 직원의 전화 통화 녹취 테이프와 녹취록을 공개했다.
10일 녹취된 전화통화 내용에 따르면 공정위 직원은 중소기업 대표에게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 지금 (조사)자료가 국회에까지 돌아다녀 가지고… 솔직히 말해서 지금 국회에 A사에서 정치자금 안 받은 국회의원이 누가 있겠어요. 보좌관이 누가 있겠어요”라며 “그 사람들은 여기 와서 막 떠들어도 뒤에서는 공정위가 조사한 내용을 다 흘려버려요”라고 말했다.
이 직원은 국회에도 제보한 것에 대해 “국회 가서 이렇게 막 얘기하면 할수록 자꾸만 새나가 사건 해결에 별로 안 좋아요. 국회 같은 데가 사건 해결해 주는 게 아니라 위세만 잡고 공무원들 불러 이래라저래라 해서 뭐 지적할 게 없나, 뭐 밥이나 한 끼, 이런 식으로 생각을 많이 해요”라고 했다.
그는 이어 “국회에서 떠들면 해결될 게 별로 없어요. 상대방은 막강한 대기업들이에요. 연봉 수십억 원짜리 변호사가 지금 덤빈단 말이에요. 잘못하면 정부하고 국회하고 바보돼요. 실제 국회는 바보 많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이 직원은 중소기업 대표에게 입 조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밖에서 뭐라고 해도 함구를 해 주세요. 자꾸 A사로 새나가면 눈치 챌지 몰라요. 마지막 기대 걸고 있는 루트가 있는데… 증거 못 잡으면 어쩔 수 없이 무혐의 처분될 수밖에 없어요”라고 말했다.
이 직원은 6월 21일 공정위 로비에서 이 중소기업 대표와 나눈 대화에서도 “A사 이런 대기업 돈이 많잖아요. 로비하기 좋아요. 국가기관보다 언론이나 국회나 정치권이 더 무섭습니다. 왜냐하면 돈만 주면 다 하거든요”라며 “국회의원부터 시작해서 청와대도 마찬가지고요, 언론은 더 심합니다”라고 언론과 정치인을 싸잡아 폄훼하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은 녹취록이 논란이 되자 해당 직원의 국회 출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작 이 직원이 도착하자 의원들은 직접 추궁하지 않았다. 다만 박병석 정무위원장이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위원장인 저를 포함해 국회의원들에게 금품을 준 적이 있느냐”고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권 위원장이 “없다”고 답변한 뒤 “해당 직원이 공정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전후 사정을 몰라 그렇게 말한 것 같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자 의원들은 더는 문제 삼지 않았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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