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용우]청와대 사면의 이중잣대

  • 입력 2006년 8월 14일 03시 00분


“미국에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요구할 게 아니라 대통령의 사면권을 환수해야 한다.”

정부가 8·15 특사 명단을 발표한 11일 한 전직 검찰 간부는 밤늦도록 통음을 하며 격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 당시 검찰 수뇌부에 있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6번째 실시된 이번 사면 복권에는 안희정 신계륜 여택수 씨 등 남아 있던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 인사들이 모두 포함됐다. 이로써 불법 대선자금 사건으로 처벌됐던 여야 정치인들은 대부분 사면 복권됐다.

정부는 “지난해 사면 복권된 다른 정치인들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추가 사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 화합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해 사면 복권된 노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횡령과 탈세 혐의,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는 뇌물 수수 혐의가 판결의 이유였다.

또 신 씨는 대부업체 굿머니에서 불법정치자금 2억여 원을 받은 혐의 때문에 의원직을 상실했다. 대선자금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인사들이다.

법무부는 신 씨에 대해 “당시 공조직 후보의 비서실장이어서 받은 돈이 대선자금과 관련 있다고 본다”고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문제는 그런 ‘너그러운’ 잣대가 적용된 대통령 측근들과 달리 대기업 총수 등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사면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점이다.

이번 사면으로 대통령 탄핵 사태로까지 번졌던 불법 대선자금 사건 수사는 사실상 ‘도루묵’이 됐다.

1년 가까이 밤낮으로 수사를 했던 검찰이나 밤새워 사건 기록을 보며 재판을 했던 법원으로선 기가 막힐 노릇이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시정잡배도 국민이 지켜보면 이렇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사면권의 사(赦) 자를 사사로울 사(私) 자로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사면권이 제한받지 않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지만 그 권한의 행사에는 공정한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 ‘국민 화합’을 위한 사면이 또 하나의 ‘편 가르기’로 끝나 안타깝다.

조용우 사회부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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