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면과 인사, 낯이 두껍다

  • 입력 2006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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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오늘 국무회의에서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으로 대선자금 및 정치자금 비리에 연루됐던 안희정, 여택수 씨와 신계륜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여기에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서청원, 김원길 전 한나라당 의원도 끼지만 구색일 뿐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엔 측근 사면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안 씨 등을 제외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누가 욕하든 말든 내 맘대로 하겠다’는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염치도 눈치도 버린 듯하다. 어차피 국민의 신망을 잃은 정권이니, 대통령이 썼던 말 그대로 ‘막가자’는 것인가. 14일로 예정됐던 국무회의를 사흘 앞당기는 것도 여론을 더 살필 것 없이 측근 사면을 못질하겠다는 것 아닌가.

열린우리당이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사면을 건의했던 재계 인사 55명 중에는 김연배 한화그룹 부회장만 포함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정체성’을 이유로 들었다. 그렇다면 ‘대통령 측근의 부패는 괜찮다’는 것이 정권의 정체성인가. 안 씨는 요즘 “정권 재창출에 기여하겠다”고 공언하는 모양이다. 결국 국민은 측근 사면, 정권 재창출, 국정 파탄 연장을 구경할 판인가.

정권의 낯 두꺼운 행태는 인사(人事)에서 ‘갈수록 태산’이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오늘 주주총회를 열어 여권(與圈) 386운동권 출신 공인회계사 김영환 씨를 감사로 선임하려다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자 또 보류시켰다. 8일 차관(次官) 인사에서는 부처 내 다면평가 1위였던 유진룡 문화관광부 차관이 6개월 만에 전격 경질됐다. 이에 대해 문화부 직원들이 격앙된 분위기를 보이자 청와대 관계자는 “그가 직무를 회피했기 때문에 공직기강 차원에서 경질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 전 차관은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실의 이백만 수석비서관과 양정철 비서관 등에게서 여러 차례 인사 압력(청탁)을 받고 “차라리 나를 자르라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인사 청탁을 하면 패가망신시키겠다던 대통령의 공언은 청와대 사람들에겐 예외인가.

도덕이다 개혁이다 운운하던 정권이 실체를 더는 숨기지 못한 채 드러내 놓고 내 떡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이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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