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정권의 남은 1년 반이 더 걱정되는 이유

  • 입력 2006년 8월 4일 03시 02분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은 어제 노무현 대통령이 긴급 소집한 청와대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가 끝난 뒤 김병준 교육부총리 사태에 대해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5시간 정도 해명이 있었으면 진위를 따지는 다른 절차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의 여론재판과 정치권의 검증 없는 사퇴 주장은 ‘구태적 폐습(弊習)’”이라고 언론과 여야를 싸잡아 비난했다.

이 실장은 “내 생각”이라고 말했지만 ‘김 부총리 파동을 납득 못 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불만을 대변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쪽은 국민이다. 김 부총리의 논문 표절과 논문 이중 게재는 의혹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이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는 같은 논문을 한국행정학회와 국민대 법정논총에 중복 게재한 데 대해 “국민대 규정에는 허용된다”고 국회에서 위증까지 했다.

더욱이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면 1차적 검증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 언론과 정치권에 책임을 떠넘길 일이 아니다. 그나마 언론의 문제 제기와 추적이 있었기에 김 부총리에 관한 많은 진실이 밝혀진 것 아닌가. 국민은 교육 수장의 사람 됨됨이를 알 권리가 있다.

이 실장은 “언론이 사실과 관계없이 캘린더에 맞춰 ‘당-청(黨-靑) 갈등’이니 하는 기사를 쓴다”고 말했다. 어이없는 주장이다. 김 부총리에 대한 반대 의견은 열린우리당 안에서 먼저 나왔고, 지금도 당과 청와대가 이 일로 갈등을 겪고 있음을 이 실장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는 또 “남은 1년 반은 긴 시간”이라며 “국정 표류를 막기 위해서도 대통령의 인사권은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무장관 기용설이 나오는 문재인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해 “능력 있고 인품도 훌륭하다”고 한 자락을 깔았다. 여당조차 반대하는데도 또 밀어붙일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대통령의 인사권이 존중되어야 한다면, 잘못된 인사에 대해 반대하고 비판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도 존중돼야 한다. 이런 식의 오기가 반복되는 한 ‘남은 1년 반’은 국민에게 고통스러운 시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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