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부총리, ‘코드’ 놔두고 사람만 바꾸면 뭐 하나

  • 입력 2006년 7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어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경제부총리 인사 청문회에서 권오규 내정자는 “동반성장 전략의 채택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면서 경기 활성화 방안의 의미를 축소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다름없는 현실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5·31지방선거에서 표출된 민심과는 동떨어진 것이며 청와대의 ‘변함없는 코드’ 그대로다.

그렇다면 경제부총리를 바꿀 이유가 없다. 권 내정자의 답변 가운데 “동반성장의 기본은 일자리 창출” “인위적 경기부양 자제” 같은 말은 청와대나 한 부총리가 늘 해 온 소리다. 국민이 기다린 것은 노무현 정부가 그동안 되뇌어 온 ‘균형발전’ 같은 답변이 아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00개 수도권 소재 기업에 물었더니, 이들은 올해 상반기 정부의 경기회복 정책에 대해 5점 만점에 평균 2.58점을 주었다. 낙제 수준이다. 여당인 열린우리당도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 변화를 주문하고 나름대로의 방안을 제시하는 마당에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종전의 정책 방향을 고집하는 것은 경제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권 내정자는 “부동산 대책도 현재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과세 형평성을 훼손해선 안 된다”는 이유를 달았다. 그러면서 “추가 보완 대책을 강구할 경우 시장에 주는 시그널(신호)이 크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실패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결코 주택시장의 안정과 활성화를 함께 이루는 길이 아니다. 집값이 6억 원이 넘는다는 이유로 1가구 1주택에 대해서까지 ‘세금 폭탄’을 안기는 것도 ‘형평 과세’와는 거리가 멀다.

어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기업이 현금을 잔뜩 쌓아 놓고도 투자를 기피하는 현실이 장기적으로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은 경제를 ‘인센티브가 아닌 규제’로 끌고 가려는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권 내정자가 이런 구조적 문제점은 덮어 두고 대통령의 취향에 맞는 단어나 골라 써 가며 코드를 맞추려 한다면 청와대에 휘둘리는 ‘제2의 한덕수’일 뿐, 경제 회생(回生)을 주도할 부총리로는 자격이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