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사커노믹스

  • 입력 2006년 7월 1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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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덕분에 독일이 달라졌다. 우승은 놓쳤지만 3등도 어디 쉬운가. 매사에 비관적이고 음울했던 독일인들이 한결 밝고 명랑해졌다. ‘과거의 멍에’ 때문에 애국심 표현조차 조심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검정 빨강 황금색 국기를 슈퍼맨 망토처럼 휘감고 다닌다. 넘치는 자부심에 관광수입 등 월드컵 특수(特需)가 겹쳐 올해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는 더 올라갈 것으로 독일 일간지 디벨트는 내다봤다.

▷글로벌뱅킹그룹 ABN AMRO는 일찌감치 월드컵과 경제의 상관관계에 관한 보고서 ‘사커노믹스(Soccernomics·축구경제학)’를 내놨다. 우승을 하면 경제성장률 0.7%포인트를 보너스로 챙길 수 있다고 봤다. 월드컵 성적이 좋으면 국민들이 신이 나서 돈을 쓰게 되고, 투자와 생산성이 덩달아 올라가며, 주식시장까지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2002년 우승한 브라질의 그해 경제성장률은 1.91%였다. 별로 높아 뵈지 않지만 이듬해엔 0.4%로 뚝 떨어졌다. 우승 못 했으면 더 나빴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세계 전체의 경제를 위해서라면 올해 우승국은 유럽에서 나와야 한다고 ABN AMRO는 분석했다. 미국의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는 세계경제의 불안요인이다. 자칫 달러화 가치 폭락으로 세계경기가 급랭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다른 어떤 지역보다 축 처져 있는 유럽의 소비가 살아나야 미국의 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인구와 경제수준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야 효과도 커진다. 그렇다면 프랑스나 이탈리아, 독일이 우승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이었다.

▷세 나라 모두 경제성장률이 낮고 실업률은 높다.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경직돼 해고도, 고용도 힘든 것이 큰 원인 가운데 하나다. 독일은 월드컵을 주최한 홈팀이어서 나름대로 재미를 봤다. 프랑스 경제는 두 나라보다 좀 나은 상황이다. ABN AMRO가 세계경제를 위해 꼭 우승했으면 하고 바랐던 나라는 이탈리아였다. 그래도 길게 보면 월드컵 우승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게 경제를 살리는 ‘결정골’이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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