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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5월 1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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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법에 규정된 수사지휘권의 근본 취지는 일선 검찰 수사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간섭을 막자는 것이다. 그래서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 지휘감독한다’고 돼 있다. 천 장관 자신도 야당 의원이던 1996년 수사지휘권 삭제를 명시한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검찰 지휘권의 오남용은 정치권력의 간섭을 초래하는 수단이 될 우려가 크다”고 했다. 그런데 자리가 바뀌었다고 법논리와 자신의 신념까지 뒤집고 있는 것이다.
법을 ‘코드정치’의 수단쯤으로 여기는 집권세력의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2004년 헌법재판소가 수도(首都) 이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자 여권에서 ‘선출된 권력론’을 앞세워 헌재 폐지론을 제기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동국대 강정구 교수에 대한 천 장관의 불구속 지휘에 검찰이 반발하자 당시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검찰운용기준에 대한 최종 해석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최근 ‘지방선거 당선자 전원에 대한 특별검사제 실시’를 주장한 것도 뿌리는 같다. 검찰 경찰 선거관리위원회 등 제도적 장치가 엄연히 있는데도 정치보복 냄새를 풍기는 특검 수사 운운하는 것은 법치를 가볍게 여기는 태도다.
지난해 세계은행은 한국정부의 경쟁력을 세계 209개국 가운데 60위로 발표하면서 특히 ‘법치주의’와 ‘법적 안정성’에 낮은 점수를 매겼다. 법치를 통해 국가운영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런데도 집권세력은 ‘법 위의 코드’로 나라를 끌고 가려는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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