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성윤숙]가족 대화상실이 게임중독 부른다

  • 입력 2006년 5월 15일 03시 00분


“한 달째 게임을 못 하니까 너무 답답해. 어떻게 이 동네엔 PC방도 없어? 한국 가고 싶다.”

호주로 어학연수를 간 우리나라 초등학생이 부모에게 하소연하는 말이다.

초고속인터넷망 보급률 세계 최고,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우리나라 청소년의 안타까운 모습이다. 청소년 10명 가운데 3명이 게임중독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추산되는 등 정보 사회의 그늘에서는 미래 꿈나무인 청소년들이 온라인 게임에 빠져 신음하고 있다. 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우선 가장 큰 요인으로는 부부간의 갈등이 심하고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가 부족한 가정환경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청소년들은 대화를 나누는 방법을 익힐 기회가 충분치 않다. 그 결과 올바른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적극적으로 삶에 대처하기보다 쉽게 체념하고 마는 경향이 있다. 이는 학교생활에 적응하거나 또래집단들과 어울리는 능력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둘째, 학교와 사회의 교육제도다. 현행 교육제도는 인성교육을 통하여 올바른 삶과 인생의 꿈을 심어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어떻게 해서든 성적을 올려서 좋은 학교에 진학시키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입시지옥으로 몰려 스트레스를 받는 청소년들은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

셋째, 온라인 게임산업의 사회적 책임도 적지 않다. 온라인 게임산업이 시작된 지 이제 10여 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한 해 약 2조 원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이용자만도 연인원 수천만 명에 이른다. 이러한 게임산업 성장의 배경에는 ‘지존과 대박’을 꿈꾸는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 참여가 큰 역할을 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 산업계는 그동안 시장 확대에만 신경을 쓰고, 이들 청소년이 겪는 아픔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미흡했다. 리니지게임 명의 도용사건이 사회적 물의를 빚자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건전한 게임문화운동을 벌이는 정도다.

청소년들이 온라인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할까?

우선 가정에서 부부간의 화목과 가족 구성원 간의 원만한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자녀가 게임중독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면 적극 대화와 설득에 나서고 필요하면 전문가에게 상담을 요청해야 한다. 자녀와 놀이, 여행, 운동 등을 함께해 게임에 대한 집착에서 멀어지도록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생활을 면밀히 관찰해야만 한다. 특히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상담을 통해 청소년들이 중독에 빠져들기 전에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 성적과 대학 합격률 높이기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낙오하지 않고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온라인 게임산업계는 청소년들의 ‘지존과 대박’ 욕구를 부추기는 게임 메커니즘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게임 수준을 조절하고 아이템 현금 거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게임 이용시간 알림 서비스나 이용시간 총량제, 특정시간 이후 온라인 게임을 금지하는 제도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는 이제 ‘개발지상주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청소년들을 황폐화하는 정보화의 부작용에 함께 대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성윤숙 한국청소년개발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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