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 침착한 바꿔치기

  • 입력 2006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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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이 절대 우세한 가운데 승부가 막바지 고비를 넘고 있다.

흑이 노리는 것은 하변 백. 하지만 하변과 좌변의 흑 돌이 약해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백 144까지는 필연의 수순. 흑 145가 놓이자 이상훈 9단은 반상을 지그시 내려다본다.

흑 145는 가드를 내리고 상대에게 ‘KO 시켜 보라’는 유혹이다.

백이 덤벼들면 흑이 KO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흑은 그 속에서 일격필살의 카운터펀치를 노린다.

백 146으론 참고 1도 백 1로 받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흑 2로 둘 때 백 3이면 하변 흑이 살 수 없다. 이 흑을 잡으면 백이 대승을 거둔다.

하지만 흑 6으로 뻗으면 뒷맛이 고약하다. 하변 흑을 포위하고 있는 중앙 백도 튼튼한 모습이 아니다.

이 9단은 오랫동안 다져온 승부사의 감각으로 하변 흑을 잡으러 가는 길에 위험이 숨어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다. 그는 백 146으로 하변 백을 포기하고 좌변 흑을 잡는 바꿔치기를 단행했다.

이 바꿔치기는 백이 손해지만 초반에 벌어 놓은 백의 실리 덕분에 여전히 백이 우세하다. 백 166으로 씌우자 흑은 167로 끊는다. 흑이 참고 2도처럼 1, 3으로 나와 끊으면 백 12까지 걸려든다. 흑 167은 백을 자충으로 만들어 참고 2도의 수단을 방지하겠다는 뜻. 백이 흑의 의도를 간파하고 백 168을 선수한 뒤 백 170에 둔 수가 좋다.

백이 하변과 중앙 전투에서 큰 손해 없이 선방해서 승부가 결정됐다.

백 176 이후 흑이 좌변에서 패를 내며 버텼으나 백은 더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후 수순은 총보.

해설=김승준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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