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홍찬식]‘강남 때리기’와 木洞

  • 입력 2006년 4월 19일 03시 01분


서울에서 강남을 빼놓고 꽤 인기 있는 주거 지역이 목동이다. 올해 들어 아파트 값이 많이 올랐다고 해서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부가 강남을 부동산대책의 표적으로 삼는 바람에 화살로부터 비켜서 있는 목동이 관심 지역이 되고 있다는 소문이다.

나는 19년째 목동에 산다. 자기 동네 집값 오르는 걸 싫어할 사람은 없겠지만 조용하게 살아가던 동네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는 게 반갑지만은 않다. 강남도 아닌 것이 강남에 내려진 것과 같은 철퇴를 맞을지 모를 일이다.

목동은 ‘서울의 중심’으로 떠오른 강남에서 멀리 떨어져 서울 서쪽에 섬처럼 고립된 곳이었다. 오염된 안양천 인근에 위치해 환경 면에서도 낮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시가 이곳을 신(新)시가지로 개발하고 1985년 첫 입주가 이뤄진 지 꼭 20년이다. 그저 그렇던 아파트촌이 인기 주거지역이 된 것은 신기한 일이다.

처음 목동에 이사 와 보니 아파트만 지어져 있을 뿐 주변은 삭막했다. 아파트단지 안에 빈집이 더러 있어 미분양 아파트라는 말이 실감났다. 그래도 차츰 세월이 지나면서 마음에 드는 점들이 눈에 띄었다.

아파트 간격을 촘촘하게 짓지 않고 널찍하게 떨어뜨려 놓아 답답한 느낌이 덜했고 녹지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웃들은 전형적인 중산층이었다. 수수한 사람들끼리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동네였다.

교육여건은 괜찮았다. 전통 사학인 양정고와 진명여고가 목동으로 옮겨 왔다. 아파트 단지 바로 안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어 아이들을 큰길 건너게 하지 않고 학교 보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지리적으로 외부와 단절돼 있어 근처에 유흥시설이 없는 것도 장점이었다.

목동의 교육여건을 눈여겨보고 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이 이사를 와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제부턴가 목동 단지 안의 중학교 학력이 전국 최고라는 소식이 들려 왔다. 특목고 진학 실적도 꽤 높다고 했다. 요즘도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은 “교육 때문에 목동에 왔다”는 말을 많이 한다.

계획도시로서 공원 운동장 등 기반시설이 갖춰진 덕도 있었겠지만 목동은 역시 교육 여건 때문에 좋은 평가를 얻게 된 것으로 확신한다.

목동의 사례는 서울의 다른 지역에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 강남 개발이 강북의 명문 고교들을 유치한 것에서 시작됐고, 목동 개발도 같은 길을 걸었듯이 다른 지역에도 좋은 학교를 육성하고 교육여건을 개선하면 많이 달라질 것이다.

한국의 교육열을 감안하면 정부는 시동만 걸어주면 된다. 강북에 자립형사립고를 세우고 유능한 교사를 배치하며, 학교예산을 더 많이 지원한다고 해서 반대할 사람은 없다. 다만 목동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소한 20년이 걸리는 장기전이라 조급해서는 곤란하다.

이 정부의 ‘강남 때리기’는 이런저런 문제를 떠나 속 좁은 접근방식부터 실망스럽다. 균형 발전에도 해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미 잘되고 있는 곳은 놔두고 다른 곳을 잘 키우면 될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심취해 있다는 조선의 개국공신 삼봉 정도전은 ‘정치란 의식(衣食)의 넉넉함에 있다’고 했다. 정치의 목적은 결국 백성을 배부르고 넉넉하게 살도록 해 주는 데 있다는 뜻이다. 지금도 통용될 명언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인(仁)을 바탕으로 한 정치를 제시했다.

“백성의 마음을 구차스럽게 얻으려 해서도 안 되고 도(道)를 어기며 명예를 구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백성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인(仁)이다. 만인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백성은 배반한다. 배반하거나 따르는 것의 그 간격은 털끝만큼의 차이도 되지 않는다.”

그토록 강남 때리기에 집착하는데도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정부를 보면 ‘정치는 구차스럽지도, 도를 어기지도 말아야 한다’는 삼봉의 말이 맞다 싶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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