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공천 장사’ 대대적 整風 계기돼야

  • 입력 2006년 4월 14일 03시 00분


한나라당 김덕룡 박성범 의원의 공천 비리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역구의 구청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 억대의 돈과 고급 양주, 모피 코트, 명품 핸드백 등을 받았다는 당의 고발에 따라서다. ‘차떼기 정당’의 더러운 이름을 씻겠다며 천막당사 생활을 하고, 가나안농군학교에 들어가 집단교육까지 받은 것은 다 연극이었단 말인가. 이런 당을 제1야당으로 둔 국민이 서글프다.

김 의원은 민주화 투쟁 경력과 5선의 관록을, 박 의원은 서울시당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당의 개혁과 재기(再起)를 위한 밑거름으로 쓰기는커녕 ‘공천 장사’의 밑천으로 쓴 셈이다. 정말 역겹다. 이러니 “한나라당은 결코 대안(代案)이 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닌가.

두 사람의 정계 은퇴나 탈당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박근혜 대표는 국민에게 사과하고, 백지상태에서 다시 공천하겠다는 각오로 고름덩어리를 다 짜내야 한다. 검경(檢警)이나 선거관리위원회와 별도로 당 스스로 공천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을 모두 솎아내야 한다.

당 ‘클린공천 감찰단’에 제보된 비리 의혹만도 200여 건에 이른다고 한다. 당직자들 사이에선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두렵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이런데도 적당히 봉합하고 선거를 치를 셈인가. 설령 선거에서 몇 석 더 건진들 다수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건전 보수 야당이 될 수 있겠는가.

한나라당은 생각을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 상대적으로 높은 당 지지율도, 공천 희망자가 몰린 것도 정권의 무능과 실정(失政)에 따른 반사이익이었을 뿐이다. 여기에 일부 지역에선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까지 가세했다. 수권(受權) 자격이 있는 정당이라면 이를 오히려 두렵게 여겼어야 한다. 진지한 자기 성찰 위에서 정치의 지형을 바꾸고 선진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했다. 이제 ‘공천 장사’ 독직(瀆職)사건이 대대적인 한나라당 정풍(整風)의 출발선이 돼야 한다.

여당인 열린우리당도 ‘매관매직(賣官賣職)게이트’라며 한나라당을 공격하기에 앞서 제 발등을 살펴봐야 한다.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에 대한 정당 공천제가 비리를 키우고 있을 소지가 많다. 거기엔 열린우리당도 예외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스스로 고해(告解)를 시작했다는 점에 대해 느끼는 바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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