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범석]음주운전도 괜찮다니… 철없는 ‘오빠 사랑’

  • 입력 2006년 4월 1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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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

그룹 ‘동방신기’의 멤버 영웅재중(본명 김재중·20)이 7일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자 소속사는 즉각 사과문을 냈다. 소속사는 “영웅재중 본인도 공인의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일본 데뷔 앨범을 낸 이 그룹의 일본 소속사 역시 “당분간 영웅재중을 제외한 나머지 4명만 활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9일에는 영웅재중 본인이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한 콘서트 무대에 올라 직접 사과했다.

그러나 다급히 사고 수습에 나선 ‘동방신기’ 측과 달리 영웅재중에 대한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붓는 사람들이 있다. 다름 아닌 일부 ‘동방신기’ 열혈 팬이다.

이들은 팬 사이트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음주운전?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할 수 있는 일 아닌가요?” “재중 오빠가 걸린 건 그만큼 인기가 있다는 증거죠”라는 글을 올렸다. 심지어 “음주운전은 했지만 사람이 다치지 않았으니 그걸로 된 것”이라고 주장한 사람도 있었다.

‘동방신기’ 팬들의 ‘오빠’에 대한 이런 두둔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8월에도 ‘동방신기’ 멤버들이 탄 밴과 승용차가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정면충돌해 승용차 운전자가 그 자리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자 일부 팬이 “오빠들이 다치지 않았으니 괜찮다” “오빠들 차에 치인 걸 영광으로 생각하라”는 글을 올려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난해 초 미국의 인기 보이밴드 ‘백스트리트 보이스’의 멤버 닉 카터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었을 때 팬들은 냉정했다. ‘백스트리트 보이스’ 팬클럽 회원들은 “닉 카터를 사랑하지만 음주운전은 사랑하지 않는다”며 “그가 충분히 자숙한 후 나오길 바란다”는 글을 채택했다. 그들도 ‘동방신기’의 열혈 팬만큼이나 ‘오빠 사랑’이 지극한 팬이다.

특정 스타를 사랑하는 것은 취향의 자유다. 그러나 그 자유와 행동도 사회 통념을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오빠 제일주의’에 빠져 명백한 잘못까지 감싸려 했다가는 더 큰 비난을 부를 뿐이다. 스타 사랑에도 금도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김범석 문화부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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