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自由와 市場을 지키겠습니다

  • 입력 2006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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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여기서 멈출 수 없다. 퇴보는 더욱 안 된다. 미래로 달려 선진 한국을 이룩해야 한다. 세계는 우리가 하기에 따라 우리 편일 수도 있고, 우리를 버릴 수도 있다. 한 번 더 도약할 것인가, 우왕좌왕하다 주저앉고 말 것인가. 한국, 한국인은 갈림길에 섰다. 동아일보가 오늘 창간 86주년을 맞으며 나라의 길과 언론의 책무를 다시 생각하는 이유다.

돌아보면 자랑스러운 한국이다. 피땀 흘려, 산업화도 민주화도 이뤄냈다. 초강대국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협상 중인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다. 이런 위대한 성취를 자학(自虐)하거나 선배들의 헌신을 폄훼해선 안 된다.

한강의 기적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힘을 증명한다. 한때의 개발독재는 국민의 자유로운 삶에 짙은 그늘도 만들었지만, 눈부신 부흥과 성장으로 자유민주를 위한 토양을 일궈 냈다. 한국의 선택이 크게 보아 옳았음을 주민들의 의식주(衣食住)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북한체제가 반대편에서 웅변한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자유와 시장의 시련을 목격한다. 거대한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경쟁국들은 개인의 자유와 책임, 시장경제를 통해 번영의 길로 달리고 있는데 한국의 시계만 거꾸로 돌아가는 형국이다.

자유와 시장의 깃발을 더 높이 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개인의 경쟁력과 그 총합(總合)인 국가 경쟁력을 극대화해야 세계 속에서 자력(自力) 생존이 가능하다. 세계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모르는 채 골방에 처박혀 ‘함께 살고 함께 죽자’며 서로 발목만 잡고 있어서는 함께 사는 길이 생기지 않는다.

반세기 이상 안보와 번영의 울타리가 돼 준 한미(韓美)동맹도 자유와 시장이라는 가치를 공유했기에 가능했다. 중국의 급부상(急浮上)과 일본의 군사대국화로 ‘열강(列强) 정치’의 부활이 예견되는 동북아에서 우리가 지켜 나가야 할 가치와 동맹이 달리 있을 수 없다.

남북관계도 ‘자유와 시장의 확산’이 지향점이 돼야 한다. 북을 왜 돕는가. 자유의 숨결을 느끼게 하고, 시장의 가치를 깨닫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 길만이 북녘 동포들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해준다. 대북(對北)정책에 완급과 강온의 조절은 필요할지라도 방향은 거꾸로 갈 수 없다. 자유와 시장에 역행하는 민족과 통일을 우리는 단호히 반대한다.

반(反)시장주의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지난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3.9%에 그친 것도 반시장적 정책과 행태가 낳은 결과다. 사회를 ‘20 대 80의 싸움터’로 몰고 가며 20에게서 뜯어 80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기만적 정치로는 저성장과 빈곤화의 악순환을 끊지 못한다. 계속 이렇게 가면 산업의 공동화(空洞化)를 넘어 자본과 인재의 공동화라는 재앙이 기다릴 것이다.

자유주의는 본디 국가의 자의적(恣意的) 권력 행사를 막자는 데서 출발했다.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하려 한 것이다. 민주주의도 이를 위한 수단이며, 시대가 바뀌어도 자유주의의 원형(原形)은 바뀌지 않는다. ‘작은 정부’와 ‘탈(脫)규제’가 그것이다. 정치도, 정부도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과도하게 국민생활에 파고들어 편을 가르고,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을 남발하며, 갖은 규제로 시장을 옥죄는 정부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 다름없는 악(惡)이다.

정부의 일부 영역을 시민사회가 대체해 가는 것이 시대의 흐름인 것은 맞다. 그러나 성숙(成熟)함이 전제돼야 한다. 법치(法治)를 위협하고, 사회의 정칙(正則)을 무너뜨리는 시민이어선 안 된다. 목소리 큰 사람과 집단이 이기고, 상대방보다 더 날카로운 칼을 휘둘러야 통하는 사회는 이성(理性)이 살아있는 사회가 아니라 야만(野蠻)으로 퇴보하는 사회다. 이 또한 선진화의 적(敵)이다.

정부, 기업, 시민사회의 역할 분담과 조화가 절실하다. 각자 제자리를 지키며 제 역할에 충실할 때 선진 한국도 이룩할 수 있다. 동아일보는 이를 위해 있는 힘을 다할 것이다. 앞으로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다. 선진화의 적들을 피해 가지 않을 것이다. 독자 여러분의 신뢰와 성원이 무엇보다 큰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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