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의 度넘은 계층갈등 부추기기

  • 입력 2006년 2월 2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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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홈페이지 머리에 ‘양극화 시한폭탄,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연재 글을 올려놓았다. 1주일째 떠 있는 그 첫 회분 ‘기적과 절망, 두 개의 대한민국’을 보면 빈곤층에 대한 복지정책을 차분하게 제시하기보다 ‘잘나가는 20%’에 대한 분노를 선동하고 있다. 표현은 섬뜩하다 못해 광기(狂氣)를 느끼게 한다.

이 글에는 ‘카지노 경제에서 도박과 투기로 돈을 번 20%와 그들에게 잡아먹히는 80%로 갈라진 대한민국은 아프리카 밀림보다도 못하다’는 요지의 내용이 들어 있다. ‘카지노 경제는 배가 부르면 더는 사냥을 하지 않는 아프리카 밀림의 사자보다도 100배 1000배 잔인하다’는 대목에 이르면 ‘피착취 계급’을 선동하는 격문에 가깝다. 상위 20%를 카지노의 도박사, 밀림의 사자에 비유한 것은 성실한 노력으로 경제적 성취를 추구해 온 다수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다.

이 글은 ‘감세(減稅)냐 증세(增稅)냐가 아니라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냐 필요하지 않느냐 물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세론자도 사회안전망 확충에 반대하지 않는다. 세율을 낮추는 감세를 하면 민간부문의 기업활동과 소비활동이 더 활발해져 결과적으로 세금이 더 걷힌다는 것이 세계적 경험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경쟁적으로 감세정책을 펴는데도 청와대는 감세론자를 밀림의 사자 편을 드는 악(惡)으로 몰아붙인다.

‘강력한 성장 엔진도 좋지만 거기에 맞는 브레이크를 개발해야 한다’는 논리에는 말문이 막힌다. 앞서 뛰는 사람과 기업을 더 잘 뛰게 해 그 열매가 사회에 떨어지게 하고, 뒤에 처진 사람은 정부가 사회안전망으로 관리해 주는 것이 현대국가의 성장 및 복지 모델이다. 잘나가는 사람이나 기업을 골라 브레이크를 팍팍 밟아 주는 좌파 정책으로는 일시적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을지는 몰라도 복지를 위한 세금을 정상적으로 늘릴 수는 없다.

20%에게 적대감을 고취해 80%를 내 편으로 만들려는 속셈이 읽힌다. 이 기획물을 만든 청와대 사람들의 경제적 좌표는 20%와 80%, 어디에 속하는지도 묻고 싶다. 그들이야말로 신(新)기득권층이 아닌가.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 간의 갈등을 노골적으로 선동하는 글을 버젓이 올리는 것은 결코 정상적인 정부가 아니다. 이런 식의 편 가르기와 좌파적 색채 때문에 국내에서 투자되고 소비돼야 할 돈 가운데 상당 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로 인해 성장이 둔화되고 일자리가 늘지 않아 결국 빈곤층이 늘고 빈부격차가 커진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 기획물이 10회까지 이어지면서 사회혁명 이론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두렵다. 청와대는 기획 의도와 필자를 분명하게 밝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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