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건희 회장 일가의 ‘국내 최대’ 私財헌납

  • 입력 2006년 2월 8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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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어제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사재(私財) 8000억 원을 조건 없이 사회에 헌납하고 공정거래법에 대한 헌법소원 등 대(對)정부 소송을 취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불법 대선자금 제공,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배정, 국가안전기획부 ‘X파일’ 파문 등의 물의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는 의미라고 한다.

이 회장 일가의 이번 사재 헌납은 국내 최대 규모일 뿐 아니라 사회에 환원하는 재산의 운영 주체도 사회에 맡김으로써 기업 기부문화에 전기(轉機)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 측의 발표가 있자 경제계는 물론이고 정부와 시민단체들도 “높이 평가한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업인들이 자발적으로 부(富)의 사회 환원에 나서고, 국민이 이를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반(反)기업 정서의 완화, 기업 투자의 활성화, 고용 및 소비 증가, 기업 이익 증대’의 선(善)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권력이나 시민단체 등이 기업을 압박해 항복을 받아 내는 식으로 사재 헌납을 유도해서는 곤란하다. 기업 활동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이윤 추구에 있으며 사유재산권은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가 뿌리를 내려야 ‘공익에 부합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창출, 더 많은 납세와 고용’ 등 기업 본연의 역할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삼성 측이 “시민단체와 국민의 뜻을 받들었다”거나 “법으로 따지기보다 국민 정서를 고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대목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노무현 정권과 일부 시민단체 등의 집요한 ‘때리기’에 삼성이 밀렸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삼성이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일부 받아들이겠다고 한발 물러선 것도 자유시장경제의 활성화에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삼성은 또 대기업 계열 금융보험사의 의결권을 축소한 개정 공정거래법에 대해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제기했던 헌법소원을 이번에 취하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결정이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법과 규범보다 정부와의 관계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여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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