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 反인권에 입 닫고 탈북자 입까지 막나

  • 입력 2006년 1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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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당국이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비판하는 글을 쓴 적이 있는 탈북자 가운데 19%가 우리 정부 관계자들에게서 “말조심하라”는 주의나 협박을 받았다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다. 탈북자의 16.2%는 “한국 사회에서 자유롭게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조사에 응한 탈북자 중에는 협박받은 사실이나 ‘말하기가 자유롭지 않다’는 불안을 솔직하게 밝히지 않은 경우도 있지 않을까.

조사보고서대로만 보더라도 노무현 정부의 이중성(二重性)이 드러난다. 민주화 세력이라는 ‘훈장과 완장’을 차고 수십 년 전 과거 정권의 인권 탄압을 낱낱이 들춰내 대한민국의 정통성까지 흠집 내는 정부 아닌가.

탈북자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런데도 이들의 북한 체제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은 자국민(自國民) 인권 보호보다는 북한 정권의 반(反)인권을 감싸는 데 여념(餘念)이 없음을 말해 준다. 이러니 한반도를 대한민국의 영토로 규정한 헌법 조항을 고쳐야 한다는 여권(與圈) 일각의 주장에 대해 “2300만 북한 주민에 대한 책임을 저버리려는 의도”라는 의심과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노 정부는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 불참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국제 사회와 국내 움직임에 대해 ‘정치적, 정략적’이라고 역공하는 세력까지 있다. 이들은 ‘인권문제 제기는 내정(內政) 간섭’이라는 북한 정권의 강변을 얌전하게 들어 주거나 대변할 뿐이다.

그러면서 국내의 과거사에 대해서는 ‘신성불가침(神聖不可侵)적 인권’이라는 잣대를 들이댄다. 대한민국을 전복(顚覆)하려던 간첩까지도 고문 등으로 인권을 유린당했으니 ‘민주화 인사’라는 식이다. 바로 이 순간 납북자 480명의 안위(安危)를 외면하고, 북한 체제를 고발하는 탈북자의 입을 틀어막으며 ‘과거사를 바로잡아야 미래가 있다’고 버젓이 말하는 사람들에게 되돌려 줄 말이 있다. 당신들의 이중성부터 바로잡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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