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길진균]洪 前대사 출두와 민노당 기습시위

  • 입력 2005년 11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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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홍석현(洪錫炫) 전 주미대사의 검찰 출석 과정에서 ‘민주노동당 X파일 공동대책위원회’의 기습시위로 소동이 빚어졌다.

7, 8명의 시위대는 홍 전 대사가 서울중앙지검 청사 입구 계단을 올라서는 순간 취재진 뒤쪽에서 튀어나와 ‘홍석현을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플래카드까지 펼쳐 들며 포토라인 안으로 뛰어들었고 포토라인 밖에 있던 50∼60명의 사진 및 방송기자들도 포토라인 안으로 뛰어들며 거센 몸싸움이 이어졌다.

포토라인이 순식간에 무너졌고 급기야 중앙일보 사진기자가 홍 전 대사의 앞을 막아선 한 시위대원의 목을 뒤에서 팔로 휘감고 옆으로 내동댕이치는 일까지 벌어졌다.

포토라인은 기자들 사이에서 취재 마지노선으로 통한다. 기자들은 서로 이 선을 넘지 않고 사진을 찍거나 질문을 한다. 이는 원활한 취재는 물론 검찰에 출두하는 주요 인사와 취재진 사이에 몸싸움 등으로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를 막는 안전판 역할도 한다.

홍 전 대사가 몸싸움을 뚫고 가까스로 청사 안으로 들어서자 민노당 관계자 1명은 청사 안까지 따라 들어가 홍 전 대사의 팔을 붙잡고 홍 전 대사를 다시 밖으로 끌어내는 등 소란은 계속됐다. 결국 검찰 관계자들이 이 관계자를 떼어낸 다음에야 홍 전 대사는 청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러한 장면은 생중계로 그대로 국민에게 방송됐다.

홍 전 대사는 9월 24일 주미대사 직에서 물러난 뒤 검찰이 요청한 출두 시한을 2차례 넘기고 50여 일 만인 이날 검찰 소환에 응했다.

민노당 관계자들은 이날 시위가 이런 홍 전 대사의 처신에 대해 항의하고 그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구속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이 같은 자신들의 주장을 발표하기 위해 홍 전 대사가 들어간 뒤 플래카드를 펼쳐 든 채 기자회견을 자청했지만 기자들에게서 외면당했다.

한 기자는 “아무리 시위 목적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질서는 지켜야 할 것 아니냐”며 오히려 이들을 질책했다.

당황한 민노당 관계자들은 “죄송하게 됐다”고 말한 뒤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길진균 사회부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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