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趙기숙 홍보수석의 ‘워싱턴 망언’

동아일보 입력 2005-11-03 03:06수정 2009-10-0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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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숙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또 ‘국민 탓’ ‘언론 탓’을 했다. 그는 어제 미국 워싱턴에서 있었던 국제통화기금(IMF) 직원 특강에서 “한국 국민은 대통령의 모든 권력을 거세시켜 놓고 독재자처럼 팔방미인이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10·26 국회의원 재선거에 대해서는 “지지자들이 개혁이 지지부진하다며 의석을 빼앗아 버린 결과”라고 평가했다. 또 “보수 기득권의 뿌리가 강한 이유는 주요 언론과 학자가 압도적으로 보수적이기 때문”이라며 “이는 6·25전쟁과 분단으로 진보적 인사가 숙청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권 관계자들이 국정 난맥상의 책임을 국민과 언론에 돌린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외국인 앞에서 ‘객관적 국정평가’인 선거 결과까지 왜곡하는 그의 언동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재선거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라며 실정에 대한 국민적 심판임을 인정했다. 그런데도 선거 참패가 개혁 부진 때문이라는 억지 주장을 펴는 것은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짓이다.

1980년대 이후 국내의 각종 담론은 ‘진보진영’이 주도해 왔다. 이 정권 들어서는 정부 요직과 정권 핵심부에 이른바 ‘진보 인사’가 다수 포진했다. 더욱이 6·25전쟁을 전후해 진보 인사들이 몰락한 것은 좌익세력의 잔학성에 민심이 등을 돌린 결과였다. 보수 기득권의 뿌리는 정상적 사고를 가진 국민의 저력(底力)으로 튼튼해진 것이지 ‘얼치기’ 진보세력이 도태된 결과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조 수석의 주장은 곡학아세(曲學阿世)의 전형이다.

대통령 참모라면 국정이 파탄에 이르고, 여당이 두 차례 선거에서 전패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면 보좌를 제대로 못한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것이 정상이다. 외국에 나가 국민 모독 망언(妄言)을 서슴지 않는 조 수석의 존재야말로 노무현 정권의 문제를 집약적으로 보여 주는 상징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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