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권에 등 돌리고, 야당에도 냉정한 民心

  • 입력 2005년 10월 2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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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재선거가 열린우리당의 참패, 한나라당의 전승으로 끝났다. 유권자들은 4·30 재·보선에서 여당에 ‘0 대 23’ 완패를 안긴 데 이어 명확한 메시지를 거듭 전했다. 반년 전에 이미 ‘경고장’을 보냈는데도 민심을 두려워하기는커녕 민의 왜곡까지 하면서 독선(獨善)에 독기(毒氣)마저 내뿜은 노무현 정권을 표로 응징한 것이다.

여당은 공공기관 유치 등 지역발전 공약을 쏟아냈지만 등 돌린 민심은 냉정했다. 민생경제 살리기에 국력을 모으라는 국민적 호소를 외면한 채 무리한 정치적 승부수에 집착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正體性)을 흔드는 상황을 부채질했으며, 다수 국민의 체감과 동떨어진 현실 인식에다 터무니없는 자화자찬과 변명으로 일관한 정권에 대한 냉엄한 심판이다.

어제 조기숙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노 대통령이 경제와 민생을 챙기지 않는 대통령으로 부당한 비난을 받고 있다”며 언론의 비판을 ‘주관적 인상에 의한 기사’라고 역(逆)비판했다. 하지만 표심(票心)이 보여 준 재선거 결과는 ‘주관적 인상’이 아니라 ‘객관적 진실’이다. 그럼에도 어젯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은 선거 결과에 괘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니, 이 정권에 더 기대할 것이 있을지 의문이다.

한나라당도 기뻐만 할 일은 아니다. 정권의 실정(失政)에 따른 반사이익의 결과라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제대로 된 대안 제시나 의제설정 능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재·보선 전문당’이라는 꼬리표를 떼려면 이번 승리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대안정당이 돼 달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노조 강세지역인 울산 북에서 패배한 민주노동당도 자성(自省)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과격한 투쟁과 잇따른 비리, 민생을 위한 실용정치를 보여 주지 못한 민노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이 표출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여야 모두 재선거 결과를 제 논에 물 대기 식으로 해석해서는 희망이 없다. 민심이 천심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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