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軍 기밀 폭로는 평화 지키기 아니다

  • 입력 2005년 10월 17일 03시 10분


지난주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군사기밀인 ‘작전계획 5027-04’를 공개한 데 대해 국군기무사령부가 수사에 나섰다. 권 의원이 공개한 내용이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통해 얻은 게 아니고, 군 기관이나 정부부처에서 누군가가 흘렸다는 것이다. 면책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을 이용해 국가기밀을 사문화(死文化)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여간 위험한 일이 아니다. 권 의원 또한 이를 알고서도 동조했다면 책임을 면키 어렵다.

그럼에도 권 의원은 14일 “국익을 떠나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군사기밀은 계속 공개하겠다”고 했다. 그는 기무사의 출석 요청도 “의정활동 탄압”이라며 불응했다. 권 의원이 말하는 ‘평화를 위협하는 군사기밀’이 대체 무엇인가. 그는 ‘작계 5027-04’에 ‘북한군 격멸’ ‘북한정권 제거’와 같은 말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이것이 대북(對北) 선제공격용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군사기밀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방부는 “북한군의 전면전 감행에 대비한 방어계획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인가. 안보를 위해 유사시 작전계획을 작성해 놓은 한미(韓美) 군 당국인가, 아니면 이런 군사기밀을 폭로한 권 의원 자신인가. “국익을 떠나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 자칫하면 북한군이 쳐들어와도 우리 군은 손 놓고 있어야 한다는 말로 들릴 수도 있다. 전쟁이 일어나서는 결코 안되겠지만 군은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전쟁도 불사해야 하는 조직이다.

이번 일로 국가안보는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됐다. ‘작계 5027-04’의 효용가치는 사실상 사라졌고, 한미 간 군사적 신뢰관계에도 금이 가게 됐다. 권 의원은 이제라도 기무사의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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