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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9월 3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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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구 주안북초등학교 1학년 3반에 다니는 이진욱(56·여) 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다. 평생 소원이던 학교 교육을 손자 같은 동급생들과 함께 받기 때문이다.
서해 5도의 하나인 대청도에서 수십 년간 살던 이 씨는 4월에 섬을 떠나 학교 인근의 조그마한 빌라로 이사왔다. 만학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어업에 종사하는 남편과 자녀도 배움에 대한 이 씨의 열정을 막지 못했다.
이 씨는 주안북초등학교를 직접 찾았다. 그리고 1학년 교사들을 만나 입학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사를 통해 이야기를 전해들은 한상언(60) 교장은 전체 교사회의를 열어 청강생 자격으로 수업을 듣도록 했다.
5월부터 수업을 받은 이 씨는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지각한 적이 없다.
수업시간 중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동갑인 이혜덕(56·여) 담임교사에게 쉼 없이 질문을 하기 때문에 다른 학생까지 수업 태도가 진지해졌다.
이 씨는 급우끼리 싸우지 않고 규칙과 질서를 지키도록 유도하는 ‘군기반장’ 역할을 맡고 있다. 어린 급우들이 가끔 칭얼대거나 울면 친할머니처럼 달래 준다.
방홍석(58) 교감은 “장난이 심하던 학생들의 태도가 이 씨의 인정과 사랑으로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며 “명예졸업장을 받는 날까지 학창 시절을 건강하게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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