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김충식]‘어떤 부활’의 비결

  • 입력 2005년 9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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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완료!’

닛산자동차의 카를로스 곤 사장이 최근 선언했다. 6년 전, 일본 사회에선 생소한 애송이 경영자(당시 45세)로 얼굴을 내민 곤 사장. 그가 1조 엔의 부채, 6844억 엔의 누적적자로 기울어 가는 닛산을 떠맡을 때만 해도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고 자탄만 하는 우리 기업인 정치인은 그가 헤쳐 나간 개혁 가도(街道) 성공 비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현장을 뒤지고 밑바닥 사람을 만나 환부(患部)를 철저히 찾았다. 그 다음 명확하게 개선점을 짚어 내고 비전을 제시했다. 곤 사장은 현장 출신답게 바닥 실태를 파악하고 의견을 수렴한다. 그는 영어로 대화하지만 ‘현장’을 말할 때만은 ‘겐바(現場)’라는 일본어를 쓴다. 유명한 경영인 잭 웰치 전 GE 회장과 곤 사장은 매우 비슷하면서도 경영층보다 현장 민의(民意)를 중시하는 점에서 다르다.

그는 현장 분석을 바탕으로 ‘닛산 재생 계획’이라는 파격적인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그 내용은 2만4000명 감원, 5개 공장 폐쇄, 계열 거래 전면 재검토라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닛산은 불타는 배의 갑판’이라고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며 따르지 않는 자는 바다로 뛰어내리라고 소리쳤다. 나는 당시 일본에 체류하면서 들었던 저항의 소리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불도저식 개혁에 욕설과 손가락질이 쏟아지고 있었다.

둘째, 핵심만을 찔러 명쾌하고 단순한 답으로 풀어 간다. 닛산자동차의 임원진에 도쿄대 출신 엘리트가 60%나 몰려 시장과 고객을 읽지 못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는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댔다. 부품 협력업체와의 유착 때문에 코스트 삭감이 안 되는 구조를 알고는 즉각 손을 썼다. 협력업체에 ‘구매 비용 25% 절감’을 요구하고, 1100개가 넘는 협력업체를 600개 정도로 줄여 나갔다. 물론 그가 아웃사이더이기에 인간관계의 장애는 없었다.

그러나 연줄과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일본에서 통할 리 없다. 일본의 원로 경영자는 대놓고 그를 비난했다. “사람의 목이나 치고, 부품업체를 협박해서 이익을 내는 것은 재건이 아니다. 건물과 기계를 내다 팔고, 사람을 쥐어짜서 장부 수치를 바꾸는 짓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곤 사장은 ‘도살자’ ‘화성인’ ‘재생청부업자’ ‘코스트 커터’라고 욕을 먹었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셋째, 구조조정의 과실을 단기간에 내보이는 것이다. 이것이 곤 사장의 비책 중의 비결이다. 그는 취임 첫해에 적자를 흑자로 돌려놓음으로써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추진력과 사기(士氣)를 얻어냈다. 곤 사장은 “몇 년 후에 성과를 내놓아 봤자 리더가 신뢰를 잃은 뒤에 일이 될 턱이 있는가?”라고 말한다.

과감하게 공장과 보유주식을 팔아 치우고, 인원과 대리점을 줄이고, 자산매각을 통해 들어온 돈으로는 빚을 갚았다. 구매대금을 합리화해 이익으로 돌렸다. 그렇게 해서 고취된 사기, 주주의 지지로 더 과감한 2단계 개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요컨대 성과와 실적으로 저항을 눌러 가는 것이 비결이다.

공약을 내걸고, 그것을 실현해 내는 언행일치로 신뢰와 지지를 얻어 더욱 개혁을 가속화하는 것이 그의 비책이다. 그는 2002년 “판매 대수를 100만 대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다들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마침내 올해 365만 대 판매를 실현해 약속을 지켜 내고 닛산 부활을 선언했다.

닛산의 주가는 6년 사이 3배 이상 치솟았다. 반면 잘나가던 포드자동차 주가는 6년 동안 ‘반 토막’에도 못 미치는 3분의 1 이하로 전락했다. 다급해진 포드가 곤 사장을 영입하려 했으나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한마디로 상전벽해(桑田碧海)의 기적이다.

현장(민의)과 속도와 결행과 실적. 곤 사장의 책략에서 우리 기업인 정치인이 배울 게 있지 않을까.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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