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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9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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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때 여야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연정이니 선거구제니 하는 정치 이야기는 꺼내지 말고 민생경제 이야기나 좀 하자”는 말을 주로 들었다고 한다. 청년실업 등이 가장 큰 화제였으며 일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언제 그만두느냐”는 질문까지 나왔다고 한다.
김 실장은 “올 1월부터 8월까지 대통령에게 보고한 800건 정도의 정책사안 중 76%가 경제에 관한 것”이라면서 경제를 많이 챙겼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 실장의 표현대로 노 대통령이 정책보고서를 보며 ‘코멘트하고 지시’한 것만으로는 안 된다. 노 대통령이 평소 강조해 온 정치적 소신이나 고집, 가치관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성장에 장애가 된다는 사실부터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기업과 시장과 국민에게 ‘경제할 마음’을 한껏 북돋우는 정책을 펼쳐야 비로소 ‘경제를 챙겼다’고 할 수 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16일 “앞으로 성장잠재력 확충을 정부경제팀의 기본 정책 프레임으로 삼을 것”이라며 “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말했다. 8월 말 한국은행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4.8%로 하락했고 정부와 민간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 4.0%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한 부총리는 ‘8·31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대책 성공에 직(職)을 걸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진짜로 직을 걸어야 할 일은 바로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다. 정부경제팀은 정치구호 같은 분배논리나 공허한 동북아중심국가론 등에서 벗어나 투자 촉진, 일자리 확충, 금리 및 부동산시장 연착륙, 생산가능 인구 증대 등 상호 연관된 장단기 과제 해결에 몰두해야 한다.
다양한 요인이 복잡하게 얽힌 부동산 시장 교란 양상에 대해 계층 갈등을 유발해 가면서 ‘초정밀 유도탄’을 상위 2% 계층에 발사하고 시장 죽이기에 나설 일이 아니다. 경기 부진 속에 투자와 소비 위축이 지속되는 판에 정부는 세수(稅收) 부진을 구실로 세무조사를 작년보다 건수 기준 29%, 금액 기준 58%나 많이 벌이고 있다. 이처럼 기업심리를 더 얼어붙게 하는 것이 지금 할 일은 아니다.
한 부총리는 우리 경제의 성장력 회복에 그야말로 직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노 대통령과 여권(與圈)은 성장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김 실장의 발언과 같은 정치색 짙은 궤변은 사라져야 한다. 반(反)경제적인 연정 타령을 계속하기보다는 우리 경제의 진정한 실력, 즉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것이 추락한 국정신뢰를 회복하는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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