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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9월 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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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차관보는 “주택가격에 후행(後行)하는 게 전세가격”이라며 “올해 집값이 급등했기 때문에 전세금이 올라갈 가능성이 많았다”고 말했다. 전세금 상승은 8·31 대책의 후유증 때문이 아니라 집값 상승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얼마 전까지 ‘강남 거품론’을 주장하며 부동산 대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호소할 때 이와는 전혀 다른 논리를 전개했다.
건설교통부는 7월 5일 “서울 강남권과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일대 집값 급등은 전세금 변동 없이 호가(呼價) 위주로 급등했기 때문에 언제든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청와대도 같은 달 21일자 국정브리핑에서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50%를 밑돌면 가격에 거품이 생긴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전세금은 자본이익이 아닌 실거주 목적을 반영한 집값의 선행(先行)지수이기 때문에 전세금이 오르지 않는 한 매매가 고공행진은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세금에 대한 정부의 시각은 8·31대책 이전에는 ‘선행지수’였지만 지금은 ‘후행지수’로 바뀌었다. 또 최근의 상승세는 우려할 만한 게 아니라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전세금 문제는 8·31 대책의 부작용 중 하나로 일찌감치 거론돼 왔다. 집으로 돈 벌기가 어려워지면 매매 수요가 임대 수요로 전환돼 전세금이 뛰면서 서민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추론은 지극히 논리적이다.
사회경제적 충격이 큰 굵직한 정책에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정부가 최근의 전세금 상승을 곤혹스럽게 여기는 것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불과 한두 달 사이에 정부의 논리가 180도 달라지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정부가 과거 부동산 대책이 실패한 이유로 ‘일관성 부족에 따른 국민 신뢰 저하’를 지적한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아무리 사정이 급하더라도 말을 바꾸면서까지 책임을 회피한다면 공들인 대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마저 잃을 수 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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