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축구팬의 야유… 불신…

  • 입력 2005년 8월 1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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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재” “와∼”, “김진규” “와∼”, “이영표” “와∼”. 경기를 앞두고 장내 아나운서가 선수들을 한 명씩 소개하자 점점 커지던 ‘붉은악마’ 응원단의 함성이 박주영에 이르러서는 “와아아아아앗!” 하며 터져 나왔다.

그러나 선수 소개 후 ‘감독 본프레레’라는 방송이 나오자 ‘붉은악마’ 응원단은 일제히 ‘우’ 하는 야유를 보냈다. 상대팀 선수들에 대한 야유보다도 더 심했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17일 평소의 트레이닝복 차림이 아닌 짙은 회색 넥타이에 감색 정장을 입고 경기장에 나왔다. 14일 남북통일축구경기에서 처음으로 정장을 입고 나온 본프레레 감독은 북한을 3-0으로 이기고 나서는 “경기 결과를 보니까 앞으로도 정장을 입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59세의 노장 감독이 30도가 웃도는 무더위에 안 입던 정장을 챙겨 입을 만큼 그에게는 이번 경기가 각별했다. 동아시아대회에서의 잇따른 졸전 이후 팬들로부터 엄청난 질타와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

이날 오후에는 대한축구협회 건물 앞에서 한 팬이 ‘본프레레 물러나라’라는 구호가 쓰인 어깨띠를 두르고 1인 시위까지 벌였다. 여기에 ‘국가대표 공식응원단’인 ‘붉은악마’에게까지 야유를 받은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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