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족끼리’ 反美 외쳐선 북핵 해결 어렵다

  • 입력 2005년 8월 1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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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민족대축전 북측 준비위원장인 안경호 조평통 서기국장이 어제 “외세가 민족 내부문제에 간섭과 전횡을 일삼고 있다”면서 “우리 민족끼리 민족문제, 통일문제를 해결하려는데 누가 감히 끼어들어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느냐”고 했다. 여기서 ‘외세’라면 미국을 지칭함이 분명한데, 현안인 북한 핵 문제에 비춰 그 의도가 결코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북은 그동안 핵 문제는 미국과 논의할 사안이라며 남측과는 얘기조차 안 했다. 그러던 북이 두 달 전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 평양축전 때부터 본격적으로 ‘민족자주공조’ ‘반전평화공조’ ‘통일애국공조’의 3대 공조를 외치고 나오니 혼란스러운 것이다. “미국의 핵 포기 압력을 ‘민족 공조’의 방패로 막아 보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북은 보름 후 속개될 제4차 6자회담에서 어떤 형태로든 선택을 해야 할 입장이기에 더욱 그렇다.

‘민족공조’의 구호는 이번 축전에 참가한 남측 진보단체들도 크게 외쳤다. 이들은 “조국은 하나”라면서 반미(反美),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서슴지 않았다. 학생과 시민 수천 명이 경기장에서, 길거리에서 이런 구호를 쏟아내고 있으니 북측 대표단으로서는 이보다 더 고무적인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구호만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위험 수위에 이른 우리 사회의 남남(南南) 갈등만 악화시키지 않을지 우려된다. 북이 진정으로 민족을 생각한다면 부질없는 대남(對南) 선전 선동을 중단해야 하고, 남은 북의 진의(眞意)를 냉철하게 읽어야 한다. 북측 대표단의 국립묘지 방문에 들떠 있을 때가 아니다. 북핵 문제는 민족의 장래를 위해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다. 이런 과제가 ‘민족끼리’라는 구호로 풀리지 않음을 누구보다 정부가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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