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행정 혁신’ 구호 속의 ‘엉터리 행정’

  • 입력 2005년 8월 3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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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범칙금을 제때 냈는데도 중복 청구된 사례가 2000년부터 4년간 100만 건(부과금액 55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같은 기간 6만 건의 세금 불복사건 중 38%인 2만3000건이 잘못된 과세(課稅)로 드러났다. 2003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가장 기본적 행정업무인 과세와 범칙금 부과조차 잘못해 국민을 힘들게 하는 일이 계속됐다면 개혁이니 혁신이니 하는 말은 공허하다.

감사원의 ‘2004년 결산검사보고서’에 지적된 코미디 같은 행정사례를 보면 이 나라가 과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국가보훈처는 사망자에게 연금을 지급했다. 환경부는 생수 제조업체에 맥주 제조업체의 350배에 이르는 수질개선부담금을 물렸다. 보건복지부 산하 조직은 업무 추진비로 룸살롱을 출입했다. 이런 일을 해온 공무원들도 월급은 꼬박꼬박 받았고 나중에 ‘후한 연금’까지 탄다.

노 대통령은 ‘행정 혁신’을 강조해 왔다. “행정 혁신은 결국 국민을 위해 좋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겠다”며 ‘작은 정부’로 가는 세계적인 추세를 거부한 것도 노 대통령이다. 그래서 이 정부 들어 장차관급 22명과 행정직 공무원 4000여명이 늘었다. 하지만 행정 서비스의 질은 세계 42위로 2년 전 38위에서 오히려 떨어졌다(세계은행 조사). 세금으로 사는 공무원을 늘리고, 거창하게 혁신 사례 발표회를 갖고, 그럴듯한 ‘매뉴얼’을 만들었지만 결과는 그랬다.

더구나 국민은 올해부터 5년간 예상되는 공무원연금 적자 7조3000억 원을 세금으로 메워 줘야 할 판이다. 공무원이 국민에게 봉사하기 전에 국민이 공무원의 노후(老後)까지 보장하기 위해 봉사하는 형국이다.

노 정부도 2년 반이 됐다. 이쯤에서 ‘무늬만 그럴듯한 개혁’의 구호는 거둬들이고 국민이 어떤 행정 난맥상 때문에 분통을 터뜨리는지 살피고 작은 것부터라도 고쳐 나가야 한다. 노 대통령과 이해찬 국무총리 등은 이런 일에서부터 성공한 정부를 만들 가능성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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