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리는 노 대통령의 국방장관 유임 결정이 자칫 오기(傲氣)로 비칠 수 있는 잘못된 선택이라고 본다. 윤 장관은 여론이나 야당의 압력이 아니더라도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사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마땅하다. 정치적 책임은 인과관계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장관을 바꾸면 국방개혁에 차질을 빚는다는 주장도 일방적이다. 교육부총리는 몇 달 만에 바꿔도 교육개혁에 아무 문제가 없고, 유독 국방개혁은 장관을 바꿔서는 안 된다는 말이 성립되는가.
노 대통령이 그제 열린우리당 당원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노 대통령은 영남에서 여당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그 지역 낙선자들에 대한 ‘낙하산 인사’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감추지 않았다. 실제 지난해 4월 총선과 6월 지방 재·보궐선거에서 떨어졌다가 정부 및 산하기관, 공기업 등의 요직에 기용된 인사는 28명에 이르고 그중 22명이 영남지역 낙선자라고 한다. 정략적 성격이 짙은 특정지역의 ‘낙선자 챙기기’로는 지역구도 극복은커녕 다른 지역의 거부감에 따른 지역갈등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의 ‘당내 중구난방(衆口難防)’을 질타하면서 지도부를 흔들지 말 것을 요구했다. 집권당이 실용파와 개혁파의 부질없는 이념다툼으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집권당의 ‘중구난방’에는 청와대의 책임이 작지 않다. 당정 분리론 때문에 당정 협의가 빈껍데기처럼 됐고, 온갖 대통령직속위원회가 내각의 상전 노릇을 하는 가운데 당은 무기력한 들러리로 전락했다.
국정난맥을 풀어나가려면 무엇보다 대통령이 문제의 근원을 바로 봐야 한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본말(本末)이 전도된 현실인식과 그릇된 오기로 갈수록 민심과 멀어지고 있으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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