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내무반 총기난사]軍발표로 통해 본 사건 재구성

  • 입력 2005년 6월 2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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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일어난 최전방 감시소초(GP)에서의 총기난사 사건은 김모 일병이 사전에 치밀히 준비해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 일병은 사건 당시 탄창을 바꿔가며 소초 내 내무반과 체력단련장, 취사장 등 곳곳을 돌며 총기를 난사해 동료들을 살해한 뒤 태연히 근무 초소로 복귀하는 등 상식 밖의 대담한 행동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군의 1차 조사 과정에서 나온 내용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이날 김 일병은 이모 상병과 함께 0시부터 경계초소 근무에 투입됐다. 근무 종료시간을 15분 앞둔 오전 2시 반경 김 일병은 이 상병에게 “교대 근무자를 깨워오겠다”며 자신의 K-2소총을 초소에 놔 둔 채 내무반으로 향했다.

이어 김 일병은 내무반에 몰래 들어가 총기함에서 전모 상병의 K-1소총 한 정을 훔친 뒤 바로 옆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갖고 있던 수류탄통을 뜯어 수류탄 1발을 꺼내 1차 안전핀을 뽑아 상의 주머니에 넣은 뒤 25발의 실탄이 든 탄창 1개를 K-1소총에 장전하고 내무반으로 되돌아갔다. 김 일병은 수류탄의 나머지 안전핀을 제거하고 25명의 동료가 곤히 잠들어 있던 침상 위로 던진 뒤 내무반을 빠져 나왔다.

‘꽝’하는 폭음과 함께 5명이 그 자리에서 숨지면서 내무반은 순식간에 피범벅과 비명이 가득한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사망자 7명이 모두 상병인 것은 최전방 GP 부대 특성상 부대원 다수가 상병으로 구성됐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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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 일병은 내무반 건너편의 체력단련장으로 달려가 운동 중이던 소초장 김종명 중위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했다. 김 중위는 30일 전역을 앞두고 후임 소초장인 이모 중위와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합동근무 중이었다.

김 일병은 상황실에 있다 폭음에 놀라 고개를 내민 이모 중위에게 총격을 가했지만 이 중위는 급히 몸을 피했다. 다시 내무반 옆 취사장에서 물을 마시고 있던 취사병 이건욱 상병을 향해 방아쇠를 당겨 숨지게 했다.

한 개의 탄창을 모두 써 버렸지만 김 일병의 범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잠시 GP 밖으로 나와 새 탄창으로 갈아 끼운 그는 수류탄 폭발 후 아수라장이 돼버린 내무반으로 다시 들어가 우왕좌왕하는 동료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이후 GP의 단층 콘크리트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옥상 위의 경계초소에서 근무 중이던 동료들을 향해 총을 발사하려 했지만 격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때까지 정확한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다른 선임병은 김 일병에게 “상황이 발생했으니 근무지로 복귀하라”고 지시했다. 김 일병은 아무 일 없는 듯 자신의 근무초소로 복귀했다.

사고 발생 10여 분 후 후임 소초장인 이 중위는 전 부대원들을 GP 건물 옥상에 집결시켰으며 그 자리엔 김 일병도 끼어 있었다.

이 중위는 조금 전 어둠 속에서 자신에게 총격을 가한 범인이 군복을 입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당시 군복을 입고 있던 김 일병 등 5명을 관측장교 방에 구금했다. 이 방에서 다른 선임병들에게서 사건 전후 총기가 바뀐 이유를 추궁 당한 김 일병은 결국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동료들에 의해 현장에서 포박된 김 일병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탄창 속에는 한 발의 실탄만 남아 있었다.

:GP와 GOP:

GP(Guard Post)는 군사분계선(MDL)에서 남방한계선까지 남쪽으로 2km 구간에 이르는 비무장지대(DMZ) 내에 설치된 최전방 감시소초. GP보다 후방에 위치한 GOP(General Out Post)는 남방한계선인 철책선을 지키는 일반전초(一般前哨)를 말한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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