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평양 한복판서 日에 진다면?… 北 제3국 개최 수용

  • 입력 2005년 5월 17일 17시 53분


코멘트
북한축구협회는 16일 국제축구연맹(FIFA)이 결정한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북한-일본전(6월 8일)의 ‘무 관중, 제3국인 태국 방콕에서의 개최’ 처분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축구협회 이강홍(42) 부서기장은 이날 일본 ‘스포츠닛폰’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예상외의 중징계에 분개했지만 국제 정세를 감안해 FIFA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측이 순순히 FIFA의 중징계를 받아들인 실제 속셈은 다른 데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일본팀의 전력이 우세한 것으로 분석되는 상황에서 만일 경기를 패한다면 북한은 내부적으로 큰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것.

수천 명의 일본인들이 평양의 한복판에서, 그것도 항일전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김일성 주석의 이름을 딴 김일성경기장의 북한 주민들 앞에서 승리를 환호한다면 북한은 자존심에 뼈아픈 상처를 입게 되기 때문. 북한 체제의 특성상 이는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다.

북한이 마감 이틀 전 이의신청서를 낸 것도 사실상 평양 경기를 포기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북한축구협회는 FIFA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문서를 마감 시한인 5일을 불과 이틀 앞두고 발송했다. 문서는 9일 FIFA 규율위원회에 도착했고 이의신청은 자동 기각됐다.

자존심도 어느 정도 세우면서 정치적 부담감도 털어 버린 ‘두 마리 토끼잡기’인 셈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